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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니어뉴스=조현철 기자] 요즘 방송의 많은 콘텐츠 중의 하나가 옛 것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다. 많은 패널들이 출연해 예전의 사건이나 기사들을 주제로 새롭게 조명해 보는 방식의 프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처럼 새로운 기획이 필요 없다는 점과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종편의 방송사마다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점차로 고령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 앞에 방송의 모니터로 시청자를 붙잡기 위해서는 가장 대상이 폭이 큰 노년층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방법으로 시니어를 위한 방송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렇듯 젊은 세대와 소통도 좋지만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시니어들이 나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고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시니어벤저스’, ‘할미넴’ 등 시니어 신드롬이 일고 있다.
예전 내 자식, 내 손주 밖에 모르는 소통 불가능한 꼰대가 아닌, 살아 있는 그 자신 하나하나의 소중한 우리 시대 시니어들의 모습을 적확히 묘사한 TV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 등장하는 고령 주인공들은 젊은이들에게 “너희도 늙어보라”고 대놓고 말한다. 젊은 사람들처럼 자신의 감정을 분출할 줄도 알고, 자신과의 공감이 형성되는 이성들과 연애도 마다하지 않는 오늘날의 중년층은 ‘시니어벤저스(시니어+어벤저스)’라 부른다. ‘할미넴’이란 말도 있다. 미국 레퍼 에미넴과 할머니의 합성어로 평균 65세인 어르신들이 종편 프로그램에서 힙합에 도전해 큰 인기를 얻어 생긴 신조어이다.

경제적 여유와 건강한 육체에서 오는 ‘시니어벤저스(시니어+어벤저스)’베이비부머 세대가 일선의 사회생활에서 물러나 제2의 사회생활이 많아짐으로 해서 생기는 요즘의 ‘시니어 신드롬’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현실의 숙제에 대해 정신건강 전문의들은 시니어 반란이 육체·정신적으로 건강해야만 가능한 일이라며 60대라도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통해 40대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정신적으로도 노인이길 거부한다고 전한다. 실제로 한 보험사 은퇴연구소가 60세 이상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75세가 넘어야 노인이라고 답한 비율이 20%나 됐다며 법정기준인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답한 비율은 7.7%에 불과했다고 전한다. 정년퇴직 후 여행 등 취미생활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60대의 중년들 대부분은 자식이나 손주가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몰라도 누가 날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어색하고 싫다면서 직장에서 은퇴했지만 체력이나 정신적으로 40·50대에 밀린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며 ‘시니어벤저스(시니어+어벤저스)’의 현상을 설명한다.
그러나 또 다른 한 면으로 바라보는 전문의들도 있다. 그들은 최근 불고 있는 시니어 신드롬을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과거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맞이했던 문화적 혜택 중의 하나였던 혜화동 대학로 개방 초기, 무조건 술을 마시고 난동부리는 걸 자유라고 여겼던 것처럼 시니어 신드롬도 과도기적 현상이라면서 지금은 연예인을 비롯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일부 시니어그룹이 문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세대가 바뀌면 보편·타당하고 더 현실적인 시니어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나이에 맞는 발달과정 거부현상 ‘아이증후군’ 또 다른 전문의들은 노년기에 수행해야 할 ‘발달과정’을 거부하는 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년기에 접어들면 ‘자아통합’을 통해 삶을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경제와 의료기술 발전으로 수명이 연장되어 가고 있는 요즘은 육체·정신적으로 젊은이 같은 노인이 증가하면서 내적 충만보다 외적 호기심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청년시절의 꿈을 다시 한 번 접하게 되고 그 꿈을 좇아 새로운 문화에 도전하는 현상이 많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귀뜸한다. 이렇듯 노인들이 자신의 나이에 맞는 발달과정을 거부하는 것을 일종의 ‘아이증후군’ 현상이라고 진단하기도 하는데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 원장은 “미디어, 인터넷 등에서 나이 들어도 젊게 살 수 있다고 선전하지만 어쩌면 영원한 아이증후군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젊은이 흉내 내는 것은 각자 선택이지만 아무리 애써도 늙음을 인식하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시니어 신드롬이 자칫 잘못하면 노인 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 교수는 “최근 불고 있는 시니어 문화는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면서 “빈곤한 노인 중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데 심하면 분노반응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바니타스(Vanitas)’의 모순에 빠질 수도‘시니어 신드롬’에 대해 가족해체의 단면이라는 지적도 있다. 많은 시니어들이 자식들을 분가시키고 아내와 함께 혹은 혼자 사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가족 틀에서 부모 역할에 충실해야 했지만 출가 후, 자식들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욕구충족에 몰두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노인 중에는 자신의 외모를 위해 경제적 투자도 아끼지 않는 경향도 크다. 구두 옷 가방 등 명품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브런치 정도는 즐겨야 된다고 생각하는 시니어들도 적지 않으며, 젊어 보이려고 피부 관리는 물론 성형까지 마다하지 않는 등 자신들을 위해 아낌없이 돈 쓸 수 있는 노인이 점차로 늘어가는 추세이다. 이들은 자식에게 대접받을 것이라고 착각 속에 빠져 있지 않으며 스스로의 노년의 삶에 충실하고 살아가고 있는 Well-Living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청년처럼 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세속적 소망에 집착하면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으며, 젊음에 집착할수록 헛된 욕구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바니타스(Vanitas)’의 모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시니어벤저스’의 미래앞으로 노년기 접어든 60·70세대가 ‘시니어벤저스’ 등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연결고리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에 전무한 시니어 문화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라는 관측도 있다.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시니어 문화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국가적 사회제도가 확대 되어야 한다. ‘시니어벤저스’ 등이 사회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 우리 노인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이기에 낙후된 동네 노인정, 경로당 등을 노인들이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여론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젊은 층 중심으로 문화와 경제가 돌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사회적으로 열등생이자 골칫덩어리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시니어벤저스’ 등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완충장치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우선 젊은이에게 존경 받을 수 있는 진정한 어른들의 활발한 사회활동을 통해 세대간의 소통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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