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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드(YOLD)=조용수 기자] ‘찬란한 슬픔의 어린이날’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이도 아닌 것을,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것을… 정확히 말하자면 겉모습은 어른의 형상인데 행동은 마냥 철부지 어린아이다. 경북포항, 바다가 내려다보 한 요양원. 아니 병원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지도 모를 일이다. 햇볕 내리쬐는 벤치에 앉은 젊은 여자 하나가 의사와 실랑이를 벌인다. 의사의 손에 든 아이스크림이 원인. "내 것 달라고". 화를 내며 의사의 가슴을 치고 발을 굴리는 모습이 천생 아이의 모습이다. 그녀는 바로 37세의 초로기치매환자. 언뜻 보아도 그녀의 행동과 일치되는 아들과 딸이 있을 진데 그녀는 어쩌다 그 두려운 ‘치매’를 앓게 된 걸까?
김은혜씨(가명, 36세)또한 초등학교 2학년의 딸을 둔 엄마로 3년 전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뇌세포가 죽기 시작했다. 현재는 딸아이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다. 잘 나가던 영어강사였던 이현주씨(가명, 40세)는 4년 전부터 늘 쓰던 영어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은 조금 전의 전화통화 내용도 모를 정도다. 윤민정씨(가명, 51세)는 평범한 가정주부. 2년 전부터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는 그녀는 이제 세탁기를 작동하는 법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른다. 오선영씨(가명, 57세)의 머릿속에서 기억이 지워지기 시작한 것은 7년 전부터로 지금 그녀는 남편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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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여년 전 KBS 추적 60분에 방송된 젊은 치매 환자들의 사연은 그동안 음지에 방치돼 왔던 ‘초로기 치매’라는 심각성을 수면 위로 올리기에 충분했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충격적이었으며 시청하는 내내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치매, 일명 ‘노망’이라는 것이 고령자에게나 보이는 일종의 노인병 정도로만 알고 지냈던 대다수 사람들에게 30대 심하게는 20대에 치매에 걸려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는 여인들의 형상이란 ‘공포영화’수준이었다.
이렇게 65세 미만에 발병하는 치매, 이른바 ‘초로기 치매’ 환자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치매는 노인병’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방치돼 왔다던 게 사실. 하지만 이처럼 초로기 치매환자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 가까이에 존재한다. 한국 치매학회에 따르면 2006년 8월 현재 14개 치매센터 외래에 등록된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 가운데 65세 미만 환자는 13.2%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치매가 더 이상 노인병이 아니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그러나 현행법은 아직도 치매를 노인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65세 이전에 치매 증세가 나타나는 ‘초로기 치매’에 대해서는 아직 기초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고, 치매가족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전혀 없다. 치매 앞에 가족애도 사라진다 치매가족협회에 따르면 “치매는 환자의 인격이 변하는 질병이라는 점에서 가족에게 심한 고통을 준다”고 말한다. 결국 집안에 치매 환자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곧 전 가족이 그 병을 함께 앓는 것이다. ‘차라리 죽고 싶은데 치매에 걸린 아내 때문에 못 죽고 있다’는 어느 50대 남편의 사연은 ‘긴 병 앞에 장사 없고’, ‘치매 앞에 가족애도 사라진다’는 아픈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치매를 가족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그 테두리 밖에서 문제점으로 인식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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