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life / 세월과 함께 변해가는 화장실 문화

최장용 / 기사승인 : 2024-09-13 10: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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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이 흐르고 TV도 보고 수다도 떠는 멀티형 공간으로 진화 중
- 누가 화장실에서 볼일만 본다고 했는가?

[스마트시니어뉴스=최장용 기자] 현대인들에게 화장실의 느낌이란 어떤 것일까? 국제적 행사가 전무했던 80년대 초반만 해도 화장실은 볼일을 보는 다소 ‘더러운’은 공간으로 인식됐던 게 사실. 그리고 88 서울올림픽 등 국제적 행사가 봇물을 이루며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게 되면서 화장실은 깨끗한 곳에서 휴식과 약간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멀티형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화장실에 대한 다양한 단상들…. 화장실은 볼일+기타 등등이었다. 

호텔이야, 카페야 화장실은 럭셔리 모드
서울의 한 패밀리레스토랑. 화장실로 들어선 것은 분명할 진데 갤러리에 와 있는 듯 한 느낌이다. 은은한 조명에 그림이 걸려 있는 벽면은 포인트 조명으로 화사함을 더했다. 어디 그뿐인가? 헤어살롱은 아닐 진데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헤어드라이로 머리를 세팅하는 여성을 볼 수 있다. 깨끗한 화장실을 넘어 개성 있는 화장실이 상업공간을 중심으로 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공중화장실도 이에 질세라 발 빠르게 유행을 따라오고 있다. 하루 7백만 명의 지하철 이용객과 비례해 승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 바로 지하철 화장실. 과거 냄새와 오물의 상징은 온데간데없고 웬만한 가정집 못지않은 깔끔함으로 만족을 주고 있는 화장실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6호선 녹사평역은 단연 최고로 꼽힌다. 고급 카페의 화장실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곡선과 원형을 살려 독특한 공간감을 살렸고 검정·빨강·갈색의 색상대비는 세련된 느낌을 갖기에 충분하다.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은 대리석의 고급스러움과 파란색의 시원함이 대비돼 깔끔함이 돋보이는 곳. 유리로 된 세면대와 대형거울은 지하철이라는 답답함을 잊게 하며 입구에 설치된 2002년 월드컵 사진을 보며 그날의 감동을 떠올리게 구성했다.(2001년 서울시 우수화장실 은상) 지하철 2~4호선도 화장실은 개·보수가 한창인데 여성용 화장실에 안전용 비상벨·유아용 보호의자·기저귀 교환대 등은 이제 옵션이 아닌 기본 아이템이 되고 있다.  

유머와 함께 근심을 날린다?
화장실의 진화는 깔끔함과 고급화뿐만이 아니다. 이제 유머까지 화장실 안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무심코 볼일(?)을 보러 갔다 볼거리가 많아 미소를 머금는 별난 화장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인천 주안역 부근 N노래방. 규모나 위치는 일반 평범한 노래방이지만 2평쯤 되는 화장실 내 어항은 이채로움 그 자체! 투명 아크릴판으로 만들어진 어항 안에는 수초가 있고 그 사이로 금붕어가 다닌다. 사실, 이 어항은 남자용 소변기. 술 한 잔 걸치고 술 깨러 이 노래방을 찾았다가 화장실 때문에 확 ‘깰’ 게 분명하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TTL 존’의 화장실은 이미 유명세를 탄 지 오래다 ‘일’을 보러 들어간 화장실 문이 투명해 당황하기 일쑤다. 처음 이용하는 사람들은 들어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멈칫하게 마련. 들어가서 문을 닫아도 여전히 문 밖이 훤히 보인다. 이 화장실의 비밀은 문을 잠가야 한다는 것. 그래야 문이 뿌옇게 변해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효고현 아카시의 한 카페에 만들어진 ‘아쿠아리움 화장실’도 화제다. 이 화장실은 이국적인 물고기와 바다거북이 한가롭게 헤엄치는 수족관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버튼을 눌러 문을 열면 초록빛 수족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카페 주인은 고객들에게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려 3천만 엔(약 2억5천만 원)을 들여 제작하게 되었다고.  

화장실은 무죄, 이용자는 유죄?
이제 화장실을 볼일만 보는 공간쯤으로 여기는 일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 책망을 들을지 모르겠다. 웬만한 건물 내 화장실 안에는 휴지가 구비돼 있고 향기분사기에 에티켓 벨도 흔하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지하철 내 공중화장실에도 파우더룸이 버젓이 자리하고 있고 안락한 의자도 생소하지 않다.


화장은 변신을 거듭하며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허름하고 소홀해 피하고만 싶었던 상업공간의 화장실은 마케팅의 툴이 되고 문화의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준도 함께 업그레이드 된 걸까?
광화문 M레스토랑 지배인은 “5?6만 원짜리 스테이크를 먹는 고객도 하나에 300원 하는 면도기를 덥석 집어 간다”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또한 차마 쳐다보기도 아까운 그림에 껌을 붙이는 몰상식을 감행하는 손님도 더러 있단다.


화장실은 이제, 문화다. 변신을 하는 화장실만큼이나 이용자의 에티켓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양심을 잠깐 잊는 ‘문화적 퇴보’는 바로 화장실에서부터 지양해야 한다. 화장실은 본능에 충실한 문화적 공간이기 때문에….  

Tip 최초의 수세식 화장실은 기원전부터 있었다?
흔히 수세식 화장실이 만들어진 것이 그리 오래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수세식 화장실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고대의 화장실 중 가장 정교한 화장실은 그리스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 궁전에 살았던 왕족들의 화장실이었다. 그들은 기원전 2000년 무렵에 시멘트로 틈새를 이은 수직 돌 파이프로 물을 채우고 빼내는 욕조를 썼고, 파이프를 통해 온수와 냉수가 공급되게도 했다.

 

그리고 왕궁에는 머리 위에 큰 물통이 담긴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는데, 이것이 역사상 최초의 수세식 화장실이다. 물통의 물은 빗물을 받아썼는데, 비가 안 오면 근처 우물에서 길어 온 물을 물통에 부어 썼다고 한다. 이 곳 말고도 고대 이집트와 인도에도 이와 유사한 시설들이 있었다. 기원전 1500년 무렵까지 이집트 귀족의 집에는 온수와 냉수가 나오는 동관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힌두교도들은 위생이 종교적 규칙이었기에 기원전 3000년 무렵에 화장실 시설을 갖추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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