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is / 1963년 10월10일 가정법원이 개원한 날> 글자 획 하나에 울고 웃는 '님'과 '남'

유성욱 기자 / 기사승인 : 2025-10-25 22: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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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클리닉 드라마 '사랑과 전쟁'을 자주 보시나요?

 

[Smart Senior News=유성욱 기자] 1963년 10월 10일 가정법원이 개원됐다. 이후 가정법원은 더없이 바쁘기만 하다. 한 통계조사에 의하면 국내에서는 하루 평균 3백52싸의 부부가 ‘님’에서 ‘남’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부의 이혼소식은 임신소식보다 더 자주 들려온다. 이런 사회현상을 반영하기라도 하는 듯 탄생해 장수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가 있으니 이것이 바로 금요일 저녁이면 찾아오는 KBS2의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다. 벌써 8년, 횟수로는 4백회를 맞은 이 드라마를 1회 때부터 만들어온 곽기원(47)PD를 만났다. 

우리 드라마 너무하다구요? 실제사건은 더합니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 언제나 같은 대사로 끝이 나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잠시 다른 프로그램을 맡았지만 방송 1회부터 연출을 맡아 온 곽기원PD는 “처음엔 교양프로그램으로 만들 생각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치 <아침마당>에서 부부들이 출연해 서로에게 불만을 털어놓듯 그런 식의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던 것. 그러나 제작진은 곧 방향을 급선회했다.


“사실 바람 피지 마라, 뭐하지 마라. 저거하지 마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극 안에서 적나라하게 부부 문제를 다룸으로써 일반 시청자로 하여금 ‘아, 저렇게 하지 않으면 이혼하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 형식의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시청자가 시청 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 만한 드라마를 만들자고 한 제작진의 의도는 그대로 적중했다. 지난 8년간 이혼찬성과 반대 게시판에는 많은 시청자들의 참여가 잇따랐고,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그 날 방송 수위가 높거나 에피소드 내용이 비도덕적이기라도 할라치면 여지없이 다음 날 네티즌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내용이 전에 비해 ‘야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곽PD는 “오랜 세월 부부간의 이혼 문제를 접하고 이야기로 만들다 보니 공통점이 보였다”며, “부부가 이혼으로 가는 과정이 시발점, 즉 원인에는 각각 차이가 있지만 과정은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방향을 틀고, 수위조절을 하게 됐다. “부부들이 거의 대부분 남편의 폭력과 그로 인한 아내의 가출, 그 후의 감정싸움, 다툼이 벌어지고 나면 이혼하더라구요. 이렇게 똑같은 패턴의 이야기들을 반복하다 보니 2백회 즈음에 다다랐을 땐 웬만한 소재는 거의 다 다루게 됐어요. 그 때 제작진 중 한 사람이 그간 방송에 적합지 않다고 생각했던 난감한 실제 소재들을 각색해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삼 세 번> 기억에 남아요”
그 관계자의 말 덕분에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게 됐지만 그 때문에 “19금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선정적 방송”이란 말도 많이 들었다. 과거의 첫사랑이었던 사제지간이 시아버지와 며느리로 만났다거나 변강쇠 남편 등 혹여 아이들이 볼 수 있는 TV에서 하기엔 높은 수위의 에피소드도 적잖았다. 이에 곽PD는 “사실 드라마보다 실제 사건이 더 기가 막히다. 우리가 미화하지 않고 실제 사건 그대로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면 국내에 얼마나 파렴치한 이들이 많은 지 절감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곽PD기억에 남아있는 에피소드는 뭘까. 그는 처음 만났을 때 보였던 호탕한 웃음 대신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드라마는 각색을 하다 보니 대부분 각색한 것 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곽PD가 들려준 에피소드 제목은 <삼 세 번>. 모 상담소에 실제 상담전화가 왔었던 내용으로 남편이 “우리 와이프는 너무하다”며 하소연한 내용이었다. 본디 상담소에 전화가 온 상담내용들은 공개하지 않지만 이 전화는 상담 중간에 남자가 “나중에 다시 할게요”라고 하고선 영영 전화가 오지 않아 곽PD의 손으로 들어왔다. 쪽지에 열 줄 정도 적혀있던 내용인즉슨 남자의 와이프가 자신의 남편이 하루에 세 번 관계를 맺지 않으면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한다는 것.


곽PD는 “남편이 세 번 관계를 하지 않으면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내 입장에서 남편이 자신과 한번만 관계를 하면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웃겼고, 남편은 그렇다고 세 번 하자니 고통스러웠을 심정에 안타깝기도 했다”고 말했다.


1999년 10월 22일부터 8년간 무려 20명의 PD와 34명의 작가가 거쳐 간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8년간의 긴 여정을 정리하기라도 하듯 제작진은 자체적으로 이색통계를 발표했다. 이색적인 순위들 중 발표된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최고 유행어는 조정위원회 판사로 내내 자리를 지킨 신구의 대사 “4주 후에 뵙겠습니다”였다. 곽PD에 따르면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대사는 1회부터 나왔다고. 실제로 조정 때 4~8주 정도의 조정기간을 주는 것에 착안해 첫 방송 직전에 조정위원회를 투입, 방향을 급선회했다.  

모텔촬영시간도 따로 있어
이 대사를 장장 8년간 맡아 온 신구의 녹화시간은 얼마나 될까. 길어도 30여분 정도다. 그마저도 한 주에 두 회분을 한꺼번에 녹화하는 시간이다. 그럼 가장 많이 촬영한 장소는 어딜까. 이색통계에 속해 있지 않던 질문을 했더니 예상을 뒤엎고 모텔이 아닌 집이 1위를 차지했다. ‘불륜’과 ‘부부’란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오는 이 드라마, 그래도 역시 불륜보다는 부부가 먼저였는지 집에서의 촬영이 가장 많다고.


곽PD는 “집 다음으로 모텔 촬영이 가장 많은데 모텔에서 섭외요청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모텔이름을 내는 것은 꺼리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알 수 있도록 촬영장소로 섭외해달라며 요청이 오는 것. 그런데 모텔 촬영도 까다롭다. 시간을 잘 정해서 가야하기 때문이다.


곽PD가 살짝 귀띔한 촬영 시간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 곽PD는 그 이유에 대해 “밤을 보낸 커플이 체크아웃을 해야 하니 모텔이 청소를 하는 오전 10~11시 반 정도에 들어가고, 낮에 모텔에 오는 분들은 보통 점심을 드시고 오시니까 2시까진 나와 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긴 세월, 동요되지 않고 차분하게 그 모습을 유지해 온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은 오는 11월 영화로 개봉된다. 곽PD에 따르면 제목은 <12번째 남자>로 아직 대본작업 중에 있지만 드라마에서처럼 조정위원회는 나오지 않을 거란다. 말 그대로 끝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에선 4주 후를 기약했지만 영화는 어떻게 끝을 볼지, 8년을 이어 온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끝은 어떤 모습일지 지나온 긴 세월보다 앞선 날들이 더 기다려지는 작품이다.


곽PD는 “서로가 왜 부부가 됐는지, 아끼고 사랑해야 할 가족이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PD의 말처럼,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처음 모토처럼 부부들이 이혼에 신중해지고, 서로를 좀 더 생각한다면 가정법원도 한가해질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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