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바람 피지 마라, 뭐하지 마라. 저거하지 마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극 안에서 적나라하게 부부 문제를 다룸으로써 일반 시청자로 하여금 ‘아, 저렇게 하지 않으면 이혼하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 형식의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내용이 전에 비해 ‘야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곽PD는 “오랜 세월 부부간의 이혼 문제를 접하고 이야기로 만들다 보니 공통점이 보였다”며, “부부가 이혼으로 가는 과정이 시발점, 즉 원인에는 각각 차이가 있지만 과정은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방향을 틀고, 수위조절을 하게 됐다. “부부들이 거의 대부분 남편의 폭력과 그로 인한 아내의 가출, 그 후의 감정싸움, 다툼이 벌어지고 나면 이혼하더라구요. 이렇게 똑같은 패턴의 이야기들을 반복하다 보니 2백회 즈음에 다다랐을 땐 웬만한 소재는 거의 다 다루게 됐어요. 그 때 제작진 중 한 사람이 그간 방송에 적합지 않다고 생각했던 난감한 실제 소재들을 각색해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곽PD기억에 남아있는 에피소드는 뭘까. 그는 처음 만났을 때 보였던 호탕한 웃음 대신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드라마는 각색을 하다 보니 대부분 각색한 것 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곽PD가 들려준 에피소드 제목은 <삼 세 번>. 모 상담소에 실제 상담전화가 왔었던 내용으로 남편이 “우리 와이프는 너무하다”며 하소연한 내용이었다. 본디 상담소에 전화가 온 상담내용들은 공개하지 않지만 이 전화는 상담 중간에 남자가 “나중에 다시 할게요”라고 하고선 영영 전화가 오지 않아 곽PD의 손으로 들어왔다. 쪽지에 열 줄 정도 적혀있던 내용인즉슨 남자의 와이프가 자신의 남편이 하루에 세 번 관계를 맺지 않으면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한다는 것.
곽PD는 “남편이 세 번 관계를 하지 않으면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내 입장에서 남편이 자신과 한번만 관계를 하면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웃겼고, 남편은 그렇다고 세 번 하자니 고통스러웠을 심정에 안타깝기도 했다”고 말했다.
1999년 10월 22일부터 8년간 무려 20명의 PD와 34명의 작가가 거쳐 간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8년간의 긴 여정을 정리하기라도 하듯 제작진은 자체적으로 이색통계를 발표했다. 이색적인 순위들 중 발표된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최고 유행어는 조정위원회 판사로 내내 자리를 지킨 신구의 대사 “4주 후에 뵙겠습니다”였다. 곽PD에 따르면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대사는 1회부터 나왔다고. 실제로 조정 때 4~8주 정도의 조정기간을 주는 것에 착안해 첫 방송 직전에 조정위원회를 투입, 방향을 급선회했다.

곽PD는 “집 다음으로 모텔 촬영이 가장 많은데 모텔에서 섭외요청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모텔이름을 내는 것은 꺼리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알 수 있도록 촬영장소로 섭외해달라며 요청이 오는 것. 그런데 모텔 촬영도 까다롭다. 시간을 잘 정해서 가야하기 때문이다.
곽PD가 살짝 귀띔한 촬영 시간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 곽PD는 그 이유에 대해 “밤을 보낸 커플이 체크아웃을 해야 하니 모텔이 청소를 하는 오전 10~11시 반 정도에 들어가고, 낮에 모텔에 오는 분들은 보통 점심을 드시고 오시니까 2시까진 나와 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곽PD는 “서로가 왜 부부가 됐는지, 아끼고 사랑해야 할 가족이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PD의 말처럼,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처음 모토처럼 부부들이 이혼에 신중해지고, 서로를 좀 더 생각한다면 가정법원도 한가해질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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