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시니어뉴스=신성식 기자] 트랜스젠더 동성애자들의 '커밍아웃'이 활발해지면서 ‘성’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향적으로 바뀐데다 영화 '왕의 남자'가 이들에게 '원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공길'역을 맡은 영화배우 이준기처럼 여장을 즐기는 남성인 일명 '크로스 드레서(Cross Dresser·CD)'가 늘고 있다.
여자 옷 입기를 즐기는 남자, 남자 옷 입기를 즐기는 여자 성역의 속박에서 벗어나 또 다른 나를 찾는 사람들. 이성의 복장을 즐기는 사람들. 크로스 드레서(Cross Dresser), 일명 CD다. 크로스 드레서는 자신의 성을 부정하는 트렌스 젠더나 동성을 좋아하는 게이와는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의 '성적 소수자 사전'에 따르면 이들은 '나는 원래 여자(남자)인데 육체가 이와 반대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트랜스 젠더와 달리 여장의 '묘미'에 끌려 '취미'로 여장을 즐기고 있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CD는 변태적인 악취미로 인식되어 나만의 고민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보통 남자, 단란한 가정의 믿음직한 가장이 대부분이다.
실제 크로스 드레서의 상당수는 회사원?자영업자?공무원?대학(원)생 등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인 직업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기 자신이 크로스 드레싱(Cross Dressing) 취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꽤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0대 혹은 20대에 해당되는 젊은 연령대의 크로스 드레서는 ’화장하는 남자’가 많은 사회분위기에 맞춰 일찌감치 현실 속에서 남녀 두 모습 모두로 적응하는 경우도 많다.

그들이 치마를 입는 이유는 뭘까? 겉으로 보기에는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에서 야기된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크로스 드레서는 자신들이 여자라고 생각하는 '트랜스 젠더'와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크로스 드레서는 취미로 여자 옷을 입는 것일 뿐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들은 "크로스 드레서가 남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여자 옷을 입는다는 것은 큰 편견"이라고 말한다. 또 여장하는 이유에 대해 "남자로서 느낄 수 없었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여성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다"며 "성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어 즐겁다"고 털어놨다. 그 외에도 "아름다워지면 좋겠다는 호기심에 여장을 하게 됐다", "여자 옷은 편하고 실용적이고 많은 예술을 담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여자 옷이 더 멋지다. 남자 옷은 펑퍼짐하고 라인도 없고 멋도 없는 것 같다"는 이들의 말에서 여자옷을 입는 가장 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크로스 드레서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미국, 일본 두 나라는 크로스 드레서들의 옷과 화장품을 파는 가게가 생겼을 정도로 크로스 드레서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세계 최대 UCC사이트인 ‘유튜브’에는 CD 관련 동영상이 1만4000여 건 올라와 있다. 자신의 여장 모습이나 여장을 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는 CD 전용 옷과 액세서리, 화장도구를 파는 오프라인 매장도 있다. 지금 서울의 G카페엔 2만여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적 세태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의 눈빛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잘못된 성개념이 뿌리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윤락 등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고려제일신경정신과 김진세 원장은 “크로스드레서는 치료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대부분이 치료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tips / ‘性정체성’관련 용어들 * A 섹슈얼리티
이성애자도, 동성애자도 아닌 무성애자임을 주장하는 용어. 원래는 심리학에서는 단순히 성욕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나 성적소수자들은 이성애주의에 반대하고 정의되지 않는 성정체성을 즐긴다는 정치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이들은 여러 사람과 친교하고,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것을 선호한다.
* 드래그 퀸(Drag Queen), 드래그 킹(Drag King)
단순하게 번역하면 드래그 퀸은 여장남자, 드래그 킹은 남장여자다. 이들은 쇼나 파티 등을 위해 특정한 시간에만 반대의 성이 되거나 중간자적 성의 경계를 즐긴다. 드래그 퀸·킹은 이성애자일 수도, 동성애자일 수도 있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바꾸고자 하는 욕망은 그다지 강하지 않은 편.
* 보텀, 톱, 부치, 펨
남성 동성애자 중 여성역할을 하는 이를 보텀(Bottom), 남성역은 톱(Top)이라 부른다. 여성동성애자 중남성역은 부치(Butch), 여성역은 펨(Femme)이라 칭한다. 그러나이는 동성애를 이성애의 시각으로 본 것이고, 동성애를 성애의 역할에 한정시킨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래서 보텀을 남성이지만 여성의 매력을 지닌 것, 부치를 여성이지만 남성적인 매력을 지니는 것 등 중간자적인 성정체성으로 부를 때 사용하기도 한다.

* 크로스드레서(Crossdresser), 트랜스베스타이트(Transvestite)
육체적 성과 반대의 옷을 입고 외모를 꾸미는 것으로 감정적인만족을 얻는 사람들. 드래그 퀸·킹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성의전이를 시도하는 반면, 크로스드레서는 넘치는 욕망에 이끌려 반대 성의 외피를 입는다. 이들 중 일부는 호르몬 주사를 맞아가며 다른 성정체성을 지니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어 ‘수술하지 않은 트렌스 젠더’라고 불리기도 한다.
* 젠더 벤더(Gender Bender)
성정체성 파괴자. 자신의 몸에 두가지 성적 경향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분법적 성 정체성에 도전하는 사람들. 여자의 퍼머 머리를 하고 수염을 기르거나, 여성적인화장과 귀고리를 하고 불끈한 근육을 강조하는 옷을 입는 식이다. 양성을 다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이성애자나 동성애자면서일시적으로 젠더 벤더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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