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욜드(YOLD)=박정하 칼럼니스트] 2월 13일 오전 3시 30분. 도시의 소음이 잠든 새벽, 나는 이탈리아 알프스 자락 리비뇨의 설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 파이프 위, 차가운 눈과 대비되는 한 소녀의 뜨거운 숨결이 TV 화면을 가득 채웠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그것은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한 인간이 한계와 마주 서는 시간이었다. 1차 시기의 아찔한 부상, 그리고 2차 시기 전광판에 뜬 ‘DNS(출전하지 않음)’라는 세 글자. 스포츠 중계를 오래 본 이들은 안다. 그 건조한 약자가 때로 얼마나 많은 끝을 의미하는지. 다행히 최가온은 다시 출발선에 섰다. 그러나 2차 시기마저 실수하며 순위는 12명 중 11위. 금메달과는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였다. 마음이 먼저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으나, 마지막 3차 시기에서 그는 다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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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공에 머무는 단 몇 초의 시간, 최가은은 부상이 아니라 비상을 선택했다. (사진 올댓스포츠) |
절뚝이는 걸음 끝에 시작된 비상. 파이프를 타고 올라가는 속도와 허공에 머무는 찰나의 정적, 그리고 이어진 다섯 번의 공중 연기. 중력을 거스른 부드러운 곡선 끝에 흠잡을 데 없는 착지가 남았다.
"90.25점."
숫자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넘어졌다는 사실보다 다시 날았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문장이 길게 적혀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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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상을 넘어서는 가장 다정한 방법, 클로이 김 & 최가온 선수(사진 JTBC) 클로이 김 (사진 올댓스포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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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에서 태어난 비상. 최가은 금메달을 목에 걸다 (사진 올댓스포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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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뛰어넘는 선수가 된다는 것. 시싱대 위에 함께한 클로이 김 & 최가온 선수(사진 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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