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life / 연애에 빠지고픈 남녀를 위한 ‘가을 사랑 방정식’

최장용 / 기사승인 : 2024-10-29 22: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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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사랑의 본질을 탐구해보자.
▲ PHOTO - PIXABAY
[스마트시니어뉴스=최장용 기자] 유명인의 스캔들(또는 로맨스)이 터지면 관중은 바쁘다. 그(녀)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인지에 대한 ‘촌평’이 쏟아진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을까, 그녀는 그를 사랑했을까. 저마다 근거와 추론을 내놓는다.  누구나 평생 한 번은 겪게 마련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고받는데 실패하는 쉽고도 어려운 감정,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불가사의한 충동, 때로 높은 사회적 지위나 단란한 가족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사람을 몰아가는 열정. 이는 바로 사랑이다. 가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사랑의 본질을 탐구해보자.

사랑은 마약
1937년 영국 왕 에드워드 8세는 이혼녀 심슨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내놓았다. 이보다 500년 전 조선의 세자 양녕대군은 유부녀 ‘어리’와 사랑에 빠져 세자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로맨스에 빠진 이들에게 사랑은 마약과도 같았을지 모른다.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바라만 봐도 좋았으리라. 사랑은 과학적으로 분석했을 때 실제 마약과 같은 효과를 낸다. 사랑에 빠졌을 때 인간의 뇌 속에서는 마약이 초래하는 듯한 변화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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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흥분시키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마치 마약을 먹었을 때처럼 급격히 분비된다. 도파민은 사람을 흥분시키고 감각을 마비시키는 펜에틸아민(phenethylamine) 계열 호르몬이다. 사랑 초기에는 펜에틸아민 호르몬이 집중 분비된다. 중독효과가 있어 한 사람을 대상으로 똑같은 수준으로 이 호르몬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인지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는 말이 있다. 펜에틸아민 계열 호르몬은 길게는 3년까지 나온다고 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후클리닉 김병후 원장은 “흔히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하는 때가 펜에틸아민이 나오는 시기다”면서 “이 물질이 분비되면 점잖고 유망한 공무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애인의 출세를 도와 주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3년이 지난다고 사랑이 끝나는 건 아니다. 다른 차원의 사랑이 시작된다. 열정적이지는 않지만 서로 아끼고 오랜 기간이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는 따뜻한 감정인 애착이 생긴다. 애착은 모유수유 시 분비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 호르몬과 관련이 깊다.

 

김 원장은 “옥시토신은 성 관계 때처럼 1분에 40회 이상 피부를 접촉할 때, 껴안을 때, 낭만적인 대화를 나눌 때 분비된다”고 말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5배 정도 옥시토신 호르몬 수용체가 많아 이 호르몬을 훨씬 더 필요로 한다. 성 관계 시 여성이 스킨십을 중요시하는 과학적인 이유다. 위로받고 보호받을 때 나오는 엔돌핀도 넓게 보면 사랑 호르몬이다. 건국대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사랑하던 남녀가 펜에틸아민 단계에서 옥시토신 단계로 넘어가는 시기가 다를 때 애정 전선에 문제가 생긴다”며 “이럴 때는 대화와 타협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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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건 본능이다. 왜 자신의 짝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아무도 시원스러운 답을 내놓지 못한다. 사랑은 본능을 관장하는 변연계(중뇌)가 담당하고 있다. 본능이란 비논리적이다. 중뇌는 사고하고 계산하는 능력, 논리적인 설득력을 맡고 있는 대뇌 피질과 달리 논리보다는 육감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어떤 본능이 사람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걸까. 어떤 이는 배우 ‘장동건’이나 ‘김태희’의 이름만 들어도 환호하지만 어떤 이는 실제 얼굴을 보고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화론자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고 싶은 본능이 사랑의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사람은 무의식중에 자신과 유전자가 많이 다른 사람과 결합하기를 바란다는 설명이다. 자신의 유전자가 다양하게 번성하길 원한다는 것. 미국 뉴멕시코대 생물학자 랜디 손힐 교수는 10명의 남성에게 흰색 상의를 입고 농구하게 했다. 그는 여성들에게 땀 냄새가 밴 옷만을 보여 주며 ‘가장 섹시한 냄새가 나는 옷’을 고르도록 했다. 페로몬 향기로만 상대방을 고르는 셈이었다. 남녀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여성들은 자신과 유전자 구조와 면역체계가 많이 다른 남성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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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힐 교수는 “다양한 유전자를 받은 아이가 건강하게 살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 같은 선택은 진화론적으로 훌륭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정신과 채정호 교수는 “사랑을 하면 여러 가지 호르몬이 나오는 건 맞지만 해당 호르몬을 주입했을 때 없던 사랑이 생기는 건 아니다”며 “사랑은 복잡한 현상이라 물질 현상으로만 규정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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