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Talk / 보기 플레이(bogey play), “얼마나 치십니까?”

김석구 / 기사승인 : 2024-09-20 22: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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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플레이어들은 파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한다. 그들에게 파는 버디다. 파는 나이스 플레이며 행운이다. 파의 욕심 이전에 더블 보기에 대한 우려가 우선이다. 핸디캡의 숫자는 욕심의 숫자다"
▲ photo-pixabay
[스마트시니어뉴스=김석구 기자] 화이트칼라들의 라운드에서 첫 대화는 "얼마치십니까"와  "네 보기 플레이(bogey player) 정도 합니다" 라는  대화로  인사를 한다. 대부분은 멤버 가운데 1명 이상은 처음 대하는 경우가 많고, 연속으로 똑같은 멤버는 드물고 오랜만에 만나는 경우도 있어 예의상 내뱉는 말이기도 하다. 아마도 절반 이상은 “보기 정도”라는 대답일 것이다.

 

스코어 90 안팎은 우리나라에서 골프에 관심 있는 화이트칼라들의 평균 수준이다. 솔직히  90이 아니라 거의 100에 접근하는 수준이라 여기고 있다. 있는 그대로, 또는 컨시드 없이 골프 룰대로 한다면 한 라운드에 7~8타는 훌쩍 넘기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룰대로 ‘칼 라운드’를 하면 즐기는 라운드가 아니라 살벌한 내기골프가 되어 재미가 없어진다.


보기 플레이어들의 기준은 보기다. 당신이 보기 플레이어로 18홀 전체에서 보기를 했다면 완벽한 라운드를 한 것이다. 보비 존스는 자서전 ‘Down the Fairway’ 에서 그가 가장 흡족했던 라운드는 18홀에 보기도, 버디도 없는 ‘올 파플레이’였다고 적고 있다. 이 의미는 버디는 나이스 플레이, 또는 행운의 샷이요, 보기는 실수란 얘기다. ‘골프 성인’으로 추앙받는 보비 존스가 살아있어 만약 보기플레이어인 당신과 라운드를 한다면 한 홀에 1타 뒤진다고 기분 나쁠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러다 함께 파를 기록한다면 당신의 기분은?

▲ photo-pixabay

필자와의 라운드 파트너 거의 전부는 보기 플레이어들인데, 파의 의미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라운드가 끝났을 때 “에이~. 오늘은 파를 5개밖에 못했네...”라고 불평한다. 무슨 소린가? 보비 존스가 버디 5개 했다고 씁쓸해 하는가? 파를 5개 했다면 보기 플레이어의 스코어는 90-5=85가 돼야한다.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더블 보기, 트리플, 또는 ‘OK'까지 받은 더블 파도 있을 것이다.


핸디캡은 나쁘게 표현하면 장애다. 육체적 기량의 장애도 있지만 정신적 장애도 있다. 핸디캡 18인 보기플레이어의 장애는 나이스 플레이는 복기를 잘하는데 무너진 홀에 대한 반성은 기억을 못하고 있는 데에 있다. 신문기사를 보면 대회 우승자의 헤드라인은 ‘막판 버디 한방!’ 같이 장식된다. 반면 우승을 놓쳤다면 ‘막판 뼈아픈 보기!’ 같은 컷을 볼 수 있다. 프로세계에서는 버디를 많이 잡는 게 아니라 보기를 하지 말아야 승리한다. 같은 맥락에서 보기플레이어는 파보다 더블보기를 경계하는 자세가 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골프에 Bounce Back 이란 용어가 있다. PGA 투어에서는 보기 이상의 실수를 했을 때 다음 홀에서 버디 이상으로 만회하는 나이스 플레이를 뜻한다. 또 ‘역(reverse) 바운스 백’이란 용어도 있는데, 표현 그대로 버디나 이글 등 나이스 플레이가 다음 홀에서 보기 이상으로 무너진 경우를 뜻한다. 바운스 백은 PGA 투어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모든 플레이 하나하나를 수십가지로 세분해 분석 통계하는 기록 가운데 육체적 기술적 기량이 아닌 정신적(mental) 요인이 직접 작용하는 몇 안되는 기량평가 항목의 하나다.

▲ photo-pixabay

PGA 투어에서는 바운스 백 보다 역 바운스 백을 훨씬 강조한다. 보기를 했다고 다음 홀에서 바로 버디로 만회하는 것은 행운, 또는 나이스 플레이지, 진정한 기량이라고 인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반면 역 바운스 백은 버디 했다고 방심하다가 다음 홀에서 보기로 허무하게 원위치가 되는 것은 정신무장이 덜 된 탓으로 여긴다.


보기 플레이어는 보기 플레이어 다워야 한다. 더블 보기를 했다면 “다음 홀에서 또다시 더블 보기는 안한다”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파나 버디로 만회하려고 어깨 힘이 잔뜩 들어가 스윙이 망가지는 사태까지 가거나, 파는커녕 또다시 더블 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염려가 우선 되야 한다. 보기 플레이어에게 버디는 우즈의 이글이나 마찬가지다. 파나 버디는 행운이나 희망으로 치부해 버려야한다. 핸디캡 숫자는 욕심의 숫자다. 만회하려는 욕심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당신은 핸디캡 18을 벗어나지 못한다. ‘생각하는 골퍼’가 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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