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사 작가, '달빛'으로 2025 ISA 세계미술 공모전 대상 수상

조용수 기자 / 기사승인 : 2025-12-21 16: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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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와 영원을 한 화폭에 담은 '삶의 공간', 미학
경계 해체의 철학, 초현실을 넘어 존재론적 희망으로
동양적 여백과 서양 사실주의의 조화로 글로벌 미술계 주목

[욜드(YOLD)=조용수 기자] 조로사 작가는 작품 '달빛(Moonlight_1)'으로 2025 ISA 세계미술 공모전에서 최고 영예인 'Artist of the Year Award'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을 높였다. 국제조형예술협회(IAA)가 주최한 2025 ISA 세계미술 공모전 시상식이 지난 20일 개최됐으며, 조로사 작가는 72.7×60.6cm 크기의 유화 작품 '달빛(Moonlight_1)'으로 최고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기교의 우수성을 넘어, 작가 고유의 철학적 세계관과 독창적 시각 언어가 국제 미술계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달빛'은 청록빛 하늘을 배경으로 공중에 부유하는 흰 천을 중심에 배치한 작품이다. 천은 우아한 S자 곡선을 그리며 화면을 가로지르고, 그 위에는 녹색 이끼와 식생이 자라나며 가느다란 나무 형태의 조형물이 수직으로 서 있다. 중력을 거부한 캔버스 위에 펼쳐진 이 '가능성의 공중도시'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장면이지만, 고정된 인식에서 벗어난 존재의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조로사 작가는 "중력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가능성의 공중도시"라며 "찰라의 삶인 아름다움과 수천 년을 살아가는 이끼의 영원성을 한 화면에 담았다"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비누방울처럼 덧없이 사라지는 찰라의 아름다움과 천년을 버티는 이끼의 생명력이 하나의 공간에서 공존하는 이 모순적 시간성은, 조로사 작가 특유의 '경계 흐림(boundary blurring)' 미학의 핵심이다.

화면 좌측 상단에 자리한 초승달은 단순한 배경 요소가 아니다. 작가의 표현대로 "이제 막 시작의 의미와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고 품을 수 있는 가능성"의 은유이자, 화면 전체를 비추는 서정적 광원이다. 가득 차지 않았기에 오히려 무한을 담을 수 있는 그릇. 완성이 아닌 시작, 결론이 아닌 여정의 상징으로서 초승달빛은 화면 속 모든 생명에 존재론적 가능성과 희망을 부여한다.

미술평론가 이찬성은 "달빛은 밤의 고요와 내적 사유의 시간을 상징하며, 소란스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명상적 공간을 제공한다"며 "불안과 피로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예술이 제공할 수 있는 정서적 안식처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고 평가했다.

조형적 측면에서 이 작품은 탁월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천의 유기적 S자 곡선은 관람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역동적 흐름을 만들어낸다. 천 위에 자리한 식생과 우아한 주름은 생명력과 움직임을 동시에 표현하며, 수직으로 선 가느다란 조형물은 유일한 직선 요소로서 유동적인 곡선들과 긴장감 있는 대비를 형성한다. 화면 전체를 떠다니는 크고 작은 투명한 비누방울들은 작품에 환상적인 깊이를 부여하는 동시에, 기억과 감정의 흔적을 상징한다. 아름답지만 덧없는 비눗방울은 과거의 순간들, 사라져가는 감정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들을 시각화하면서도, 순수함과 희망, 여전히 가능성으로 남아 있는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작품은 청록색, 은백색, 녹색을 중심으로 한 한정된 색상 팔레트로 시각적 통일성을 구축한다. 청록색 계열의 차가운 배경과 흰색 천의 대비는 순수함과 고요함을 강조하며, 녹색 식생은 생명의 포인트로서 화면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이 청록·은백·녹색의 3색 교향곡은 인공적 요소와 생명적 요소의 조화를 보여주며, 물질과 생명,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는 작가 특유의 미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천 위에 자리한 작은 생태계'라는 이미지는 조로사 작가만의 세계관을 응축한 상징적 모티프로, '부유하는 생태계'라는 작가만의 브랜드 언어로 확립되고 있다. 불가능해 보이는 곳에서도 생명이 피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단순한 초현실주의적 환상을 넘어, 고정된 조건에서 벗어나 더욱 자유롭고 유연한 상태로 변화할 수 있다는 존재론적 희망을 담고 있다. 이는 조로사라는 이름과 즉각적으로 연결되는 시각적 정체성을 구축하며, '부유하는 공간', '경계 흐림', '생명체적 풍경'이라는 키워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이자 미학적 원칙이 되고 있다.

심사위원단은 특히 이 작품이 초현실주의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20세기 초현실주의가 지녔던 무의식의 폭력성이나 불안보다는 서정적 초월성과 치유의 미학을 지향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양적 여백의 미학과 서양적 사실주의 기법의 조화, 자연과 인공의 공존이라는 주제는 동시대 한국 미술이 탐구하는 혼종성(hybridity)을 대표하며, 글로벌 미술 담론 속에서도 설득력 있는 발언을 제시한다는 평가다.

 

이광수 국제조형예술협회 회장은 "조로사 작가의 작품은 높은 기술적 완성도, 독창적인 시각 언어, 보편적 정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조화를 이루며 예술적 완성도와 독창성, 감동을 모두 갖췄다"며 "천의 사실적 묘사력과 미세한 식생 표현, 비누방울의 광택 처리는 작가가 가진 독보적인 상상력과 기술적 깊이를 동시에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달빛'은 컬렉터에게는 투자 가치와 미적 만족을 동시에 제공하는 소장 가치 높은 작품이며, 일반 관람자에게는 일상의 소란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예술적 선물이다. 작품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숨이 깊어지고 시선이 부드러워지는 경험은, 컬렉터와 관람자 모두를 사로잡는 이중 가치를 지닌다. 이는 예술이 현대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조로사 작가는 "화면은 가능성을 의미하는 초승달빛을 충만히 받아 희망의 삶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며 "불가능해 보이는 공간에서도 생명은 자라나고, 중력을 거부한 자유로운 존재 방식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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