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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조의 크리스마스 카드 |
[욜드(YOLD)=조용수 기자] 크리스마스 카드는 중세 때 종교적인 테마로 유럽에서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크리스마스카드를 주고받는 풍습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시작됐다. 1870년 이후 각국의 우편제도가 발달하고 송료가 싸지면서 성탄카드의 교환은 세계적인 풍습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설날에 스승이나 관원의 집에 찾아가 이름만 써놓고 돌아오는 세함(歲銜) 풍속은 우편제도가 생기기 전 우리나라 연하장의 기원이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해마다 줄어드는 카드에 인정이 메말랐다 할 수도 있으나, 핸드폰 카드까지 등장한 이때 환경오염을 막고 자원 낭비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기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사랑하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보낼 카드 준비하셨는지? 인쇄되어 나오는 거 말고, 이 메일로 주고받는 거 말고, 좀 고리타분하지만, 옛 생각을 하며 지난 가을 주워서 곱게 말려 놓은 은행잎이나 단풍잎 등을 고운 한지에 붙여 천자 펜에 잉크 찍어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쓰는 카드. 한지에 잉크가 번져 자연스레 멋진 글씨체가 되기도 하다. 한지가 아니어도 좋다. 요즘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쉽게 배울 수 있는 만드는 종이도 좋겠다. 아니면 우편엽서도 좋고. 그렇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카드를 만들어 꼭 보내고 싶은 이에게 마음을 함께 담아 보내 보자.

최초의 크리스마스카드는?크리스마스카드는 영국 소년 이글 리가 처음 창안했다 하는데 오늘날과 같은 상업적인 성탄카드는 1843년 영국의 상인이자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제1대 관장이었던 H. 콜 경이 고안하여 왕립 미술 아카데미 회원인 화가 J. C. 호슬리에게 그리게 한 것이 최초로, 이를 ‘콜 호슬리의 카드’라 하여 오늘날에도 그 복제품이 팔리고 있다
당시 가난한 귀족이었던 콜 경에게 체면치레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구입은 대단한 부담이었겠고 게다가 지인들에게 일일이 크리스마스 축하 메시지를 쓸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 어떻게 하면 이 지겨운 과정을 쉽게 넘길 수 있을까? 머리를 좌로 굴리고 우로 굴리다 마침내 기가 막힌 생각을 하게 되었나 보다. 그는 즉시 호슬리에게 의뢰, 그림이 인쇄된 카드를 제작했는데 그가 호슬리를 선택한 이유는 다른 화가들과 달리 여성의 누드 그리기에 반대하는 점잖은 사람이라는 것! 머리가 좋았던 콜 경은 마치 엽서처럼 만들어진 카드만 보낼 경우 일반 우편물보다 우편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잊지 않았다. 요즘말로 하자면 콜 경은 J.Q.(잔머리지수)가 무척 좋았나 보다. 아무튼 머리는 쓰고 볼 일이다. 소머리는 소머리 국밥의 재료로, 돼지머리는 고사 상을 빛내는 물건으로 쓸 수 있지만, 사람머리는 쓰지 않으면 어디에도 소용될 곳이 없는 법이다.

묵힐수록 빛나는 것들당시 호슬리가 만들어 판매한 카드는 가로 12.3cm, 세로 7.5cm 크기로 테이블에 모여앉아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한 가족의 모습에 ‘A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to you’라는 글귀를 써 넣은 것이었다. 당시 1000장이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10여 장만 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한 장이 십몇 년 전 영국의 한 경매에서 9000파운드 가까운 돈에 팔렸다고 한다. 이 카드를 받은 사람은 빅토리아 시대 시인이었던 로버트 브라우닝의 아내이자 여성 시인 엘리자베스 배럿의 친구인 메리 트립색인데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에나, 엽서 한 장 가격이? 가만 있어봐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이게 얼마래요?
옷은 새 옷일수록 좋고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된 것일수록 좋다는데 그것 말고도 묵힐수록 좋은 건 많지 싶다. 이 글 읽으시는 분들, 집에 낡은 물건들이 있거든 한 번 뒤져보시길. 거기에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한가득 담겨 있을 테니까. 게다가 혹? 개중에 돈 되는 것이 있을지……. 속물근성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가끔은 정성 담긴 종이 카드를 받고 싶은 걸 보니, 제가 심히 이기적이고 고린내 나는 낡은 사람임이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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