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예찬 / 향기로 짠 올리브 한 방울

김일현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5-06-24 09: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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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pixabay 
[Smart Senior News=김일현 기자] 올리브유 한 병을 열었을 때, 그 안에서 풀냄새가 피어오른다면 당신은 제대로 된 기름을 고른 것이다. 마치 막 베어낸 풀밭 위를 맨발로 걷는 듯한 향, 그 위에 덧칠된 아몬드의 고소함과 끝끝내 콧속을 찌르는 매운 향은 좋은 올리브유가 품은 ‘신선한 풍경’이다. 이 작은 병 속의 금빛 액체는 지중해의 태양, 그늘진 언덕, 수세기를 버틴 고목(古木), 장인의 손맛, 그리고 시간을 모두 품고 있다.

올리브유는 단순한 요리 재료가 아니다. 그 속에는 "심장에 좋은 지방", "세포를 지키는 폴리페놀", "염증을 다독이는 항산화 성분"이 흐른다. 무엇보다도 좋은 올리브유는 건강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미각에 대한 인격이다. 입 안에 들어갔을 때 가벼운 쌉싸름함과 톡 쏘는 끝맛, 그것은 단순히 ‘맛’이 아니라 ‘산도(酸度)’와 ‘신선도’가 부딪치는 방식이다. 혀끝이 알아차리는 그 청량함은 갓 짜낸 오일만이 낼 수 있는 생명의 맛이다.

▲photo/pixabay
올리브유를 맛보는 일은 품종을 만나는 일이다. 품종은 수십가지가 넘지만 우리가 먹을 수 있는 품종은 몇가지 안된다. 우선 ‘피쿠알(Picual)’은 매콤하고 야성적이다. 고기 요리에 무심히 한 방울 떨어뜨리면 풍미가 살아난다. ‘올리블랑카(Hojiblanca)’는 부드럽고 둥글다. 샐러드 위에 흘러내릴 때, 입맛이 노래를 부른다. ‘코라티나(Coratina)’는 강인하고 직선적이다. 그 향을 한 번 맡으면 어떤 요리든 평범하지 않게 된다. 이렇듯 요리에 따라 다른 올리브유가 선택된다는 것. 품종을 알면 올리브유는 음식이 아닌 ‘취향’이 된다 것이 흥미롭다.

국제 올리브 대회에서 수상한 제품들은 단지 ‘명품’이 아니다. 그들은 투명하게 관리된 수확, 정직한 추출 과정, 철저한 신선도를 입증받은 결과물이다. 그런 기름을 쓰는 사람은 단지 ‘좋은 기름을 쓴다’기보다, ‘자신과 가족의 식탁을 존중한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올리브유를 고를 때, 병을 흔들지 마라. 그저 조용히 뚜껑을 열고 코를 가져다 대보라. 그 속에 햇빛과 바람, 땅과 시간이 담겨 있다면, 당신은 그날 하루의 식탁을 우아하게 만든 것이다.
▲photo/pixabay
한 방울로도 음식의 표정이 바뀌고, 기름 하나로도 인생의 격이 달라진다. 결국, 올리브유는 ‘맛있는 기름’이 아니라 ‘품위 있는 선택’이다. 좋은 기름은 향기로 당신의 삶을 요리해준다. 그리고 당신의 취향이 ‘건강’이라는 이름으로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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