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의 국수가 아니라 직접 주문제작하는 등 모든 재료에 혼을 담는 일식 대가의 손맛은 깊고깊은 세월을 거친 뒤에야 형상화되는 도공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 그래서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끓이는 시간, 불 조절, 육수의 유통 기간까지 철저하게 계산하여 만들어내는 ‘맘보국수’는 감히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불리어진다. 또한 대여섯 시간이 지나도록 소비되지 않으면 과감히 육수를 버릴 줄 아는 결단, 맛을 위해 욕심을 희생시키는 그 정성까지 아낌없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직접 생산지에서 공급받는 과일을 갈아서 인공적인 조미료를 쓰기보다 향긋하게 고인 맛, 상큼한 맛, 자연 그대로의 맛있게 매운 맛으로 조리되는 육수에 탄복하여 한 번 맛들인 고객이 계속 맘보리듬으로 드나드는 곳, ‘맘보국수’는 흥이요, 쾌요, 통이다.
수가 맘보를 입다
국수가 맘보를 입었다. 우리네 전통 국수에 맘보라는 신나는 리듬의 결합이라니 어딘가 생뚱맞은가? 그렇다면 맘보의 기원을 알아보면 왜 ‘맘보국수’인지 알게 될 것이다. 맘보는 라틴아메리카 음악의 한 종류이다. 전 세계가 전쟁의 암울한 비극에 젖어있던 1943년 쿠바 출신의 페레스 프라도라는 음악가가 룸바를 리듬의 기본으로 하고 재즈를 가미한 음악이다.

또한 그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추는 춤을 일컫기도 한다. 차차차, 쿠반 룸바와 같은 계보로 ‘훨씬 더 빠르고’, 강세가 때때로 바뀌는 다이내믹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4분의 4박자, 또는 4분의 2박자로 연주되는 강렬한 음색, 자극적인 리듬이 맘보다. 소위 맘보는 흥이며, 우리 살이를 쥐락펴락하는 비극, 불운, 고뇌 따위를 썩 물러나게 하는 해학인 것이다. 세계적인 열풍으로 아직까지 맘보가 계속되는 데에는 희망과 사랑에 대한 인간의 간절하고 절박한 소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 ‘맘보국수’냐고? 어둡고, 성가시고, 짜증나는 일생사에서 가락국수처럼 쭉 뻗고, 육수처럼 그윽하고, 감칠 나는 질감처럼 풍요롭게 하는 통쾌한 전율의 맛 때문이다. 전쟁의 암울한 기운을 몰아낸 맘보처럼 말이다. 식(食)으로 맘보를 경험하고 싶다면 어머니의 깊고 그윽한 손맛이 가득 베인 ‘맘보국수’를 맛하라. 그리고 어깨를 펴고 신명으로 돋아 올라라. 잊는 즐거움, 그리고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건강하게 먹는 맛이 맘보를 입었다. 국수가 맘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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