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즈와 햄프씨드는 그렇다 치고, 스크램블에 명란젓이라니. 과연 어떤 조화를 이룰지 그 맛이 궁금해졌다. 생크림과 어우러져 특유의 향과 짠맛이 누그러진 명란이 계란의 비릿한 맛을 잡아주면서 적당히 간을 맞춘다. 햄프씨드는 식감을 살려주고, 치즈는 요리를 부드럽게 만들며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와인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주종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 들게 한 요리다.
‘무탁’이라는 상호는 구무탁 오너셰프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이름도 독특하지만 왜 굳이 자신의 이름을 상호로 썼을까.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가게 이름을 ‘숨어 있는 가게’라는 컨셉으로 하려 했죠. 그런데 고민을 하던 중에 ‘무탁이라는 사람이 이곳에 있다’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 이름을 상호로 걸게 된 겁니다.”
1인 사업장으로서 손님과 교감을 나누는 식당을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생각과 통하는 이름이다. 그뿐 아니라 직접 인테리어를 설계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혼자 힘으로 3개월에 걸쳐 만든 공간이 바로 무탁이다. 설명에 따르면 ‘프라모델’를 하나하나 조립해 완성하듯 자신이 직접 공간을 꾸미고 싶었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그가 건축이나 목공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지금의 무탁을 만들어냈다는 것. 슬로우 쿡(Slow Cook)을 지향하는 그에게 어울리는 스토리다.
그가 공간에 애착을 갖듯 그는 사람을 좋아하고, 또 그만큼 조리를 즐긴다. 결국 요리하는 행위와 사람, 그리고 공간이 그에게는 아주 맛있는 음식인 셈이다. 처음 방문한 손님이 잊지 않고 찾아오는 것도 그래서인지 모른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조리공부를 선택하게 된다. 그는 식당 주방 보조일을 시작으로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은 물론 퓨전요리에 이르기까지 10여 년간 다양한 장르의 조리법을 익혔고, 2008년 일본 도쿄의 작은 한국이라 불리는 신오쿠보로 건너가 약 3년 동안 좀 더 폭넓은 조리의 세계를 경험한다.
무탁의 특징이라면 신선한 재료로 조리를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것으로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그만의 스타일이 담긴 음식을 낸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조림류나 수육, 갈비찜 같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지만 조리과정에 정성이 필요한 슬로우 쿡을 선호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음식을 대접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리고 그는 장을 볼 때마다 재료에 따라 메뉴를 정해 메뉴판을 새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더 좋은 식재료로 해보지 못한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까닭이다. 그런 가운데 일정한 맛을 유지하면서 가성비까지 고려한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이나 예술가들도 자주 드나들기 때문이다.
무탁에서 주문을 한다면 요란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뚝딱뚝딱 음식을 만드는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무탁’의 분위기는 어딘가 ‘우리들의 집’을 닮아 있다.
[저작권자ⓒ 욜드(YOLD).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
+

Brunch Meeting / YOLD Life KBS 탤런트 김명희, “살아내는 용기, 내 인생의 진짜 주인으로 서다”
[욜드(YOLD)=안정미 기자] 따뜻하고 정갈한 집에서 만난 배우 김명희는 여전히 고운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