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쪽해안 판포리, 월정리 구간을 걷다

오수정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12-01 20: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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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랑주의보와 강풍주의보를 느껴보지 못하면 제주를 알 수 없다
- 제주의 진정한 맛 노형동 ‘늘봄흑돼지’

[스마트시니어뉴스=오수정 기자] 제주에 살면서 자주 찾아오는 풍랑주의보와 강풍주의보를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면 제주를 알 수 없다 하겠다. 그런 날이면 반드시 다시 찾아오겠다는 각오가 있었던 오늘 애월, 한림 지나 판포리를 찾아왔다. 판포의 옛 이름은 ‘널개’라고 한다. 해안가에 포구가 있고, 주변 토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고 해서 ‘널개’라는 이름과 함께 한자어로 판포(板浦)라는 지명을 갖게 됐다.
▲ 풍랑주의보가 내린 판포해안가에서 남쪽으로 시원하게 보이는 10기의 풍력발전기

그 여름의 판포리와는 사뭇 다르게 더욱 눈부시고 투명하기까지 한 풍광은 자유스런 공기에서 진한 강풍과 바닷물인지 빗물인지 가늠이 안되는 물의 향연에 어서 빨리 적당한 카페 찾기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언제든 꼭 가보고 싶었던 제주의 건축물로 제주건축문화축제에서 건축사진부분에 선정된 바 있었던 카페 ‘울트라 마린’에서 아메리카노 한잔 해봤다. 

▲ 제주건축문화축제에서 건축사진부분에 선정된 바 있었던 카페 ‘울트라 마린’

이 카페 ‘울트라 마린’에서 남쪽바다를 둘러보니 해안가 에메랄드 쪽빛바다에 줄지어 세워진 거대한 풍력발전기 10기가 구름과 바다 안개 사이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센 이곳에 꼭 알맞은 풍력발전기는 해변에서 가깝게는 600m, 더 멀리는 1,200m가량 떨어진 해상에 80m(해수면 기준) 높이로 세워진 거대한 풍차가 쉴 새 없이 돌고 있었다. 

▲ 제주서쪽해안 판포리, 월정리 구간을 걸었다 멀리 비양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방향을 북쪽으로 돌려 월정리를 향해 또 걷기 시작했다. 이 바람에 이 물줄기 사이를 걷고 또 걷다보니 선인장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고 이젠 군락이다. 월정리 선인장 군락은 선인장의 자생 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는 국내 유일의 선인장 군락이다. 

▲  월정리 선인장 군락 

선인장이 이곳에서 자라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선인장씨앗이 원산지로 알려진 멕시코에서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이곳에 밀려와 모래땅이나 바위틈에 기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월정리 주민들은 뱀이나 쥐가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집 울타리인 돌담 옆에 선인장을 심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의 선인장은 건조한 날씨와 척박한 토양에 강하며 가뭄에도 고사하는 일이 없고, 6~7월이면 노란 꽃이 피고 11월에는 열매가 보라색으로 익는다. 특히 백년초라 불리는 열매는 소화기나 호흡기 질환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며 이 마을의 고소득원이 되고 있다. 월정리 선인장 군락은 선인장의 지리적 분포상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보호해야할 우리의 귀중한 자연유산이다. 

▲ 월정리 선인장 군락길

제주시의 최고 번화가는 연동 아님 노형동이다. 연동이 서울 종로라면 노형동은 명동이다. 이곳 노형동에서 최고로 손꼽는 식당이 있다. 바로 ‘늘봄흑돼지’인데 제주흑돼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제주 사람들은 양념갈비를 좋아한다. 제주에서 함께 일하는 식구들과 회식의 시간을 가졌는데 외지 사람 우대원칙으로 메뉴를 선택하라는데 그만 흑돼지를 꼽았고, 즉석에서 양념갈비와 항정살로 합의가 됐다. 

▲ 제주의 진정한 맛은 노형동 ‘늘봄흑돼지’

추억해보니 지난여름 성남에서 온 A모 기자 선생님과 제주도의회 B모 위원장과 함께했던 길 건너 ‘흑돈가’도 상당한 규모의 고기집 이었지만 이집 ‘늘봄’은 ‘흑돈가’의 더블이상으로 더 컸는데 어림잡아 1,000평은 훨씬 넘었고 그만큼 많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 양념갈비는 여느 고깃집 그것에 지나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허투루 보이지 않고 달짝지근한 것이 혀끝에 달라붙는다.

우리 일행이 선택받은 2층으로 올라가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부터가 남다른 느낌이다. 중간에 담배도 생각나고 일부러 1~2층 모두를 살펴봤는데 거의 모든 객실이 손님들로 꽉 들어찼고, 계속해서 관광버스와 승용차에서 내리는 맛객들이 줄을 잇는다. 이집 양념갈비는 여느 고깃집 그것에 지나치지 않았는데 항정살도 그렇고 사이드로 나오는 양념게장, 모든 것이 허투루 보이지 않고 달짝지근한 것이 혀끝에 달라붙는다. 

▲ ‘늘봄흑돼지’는 하루 매출이 5,000만원 정도로 제주도민이나 관광객들 모두에게 인정받는 고기집이 틀림없다. 

지난 1989년 개업했다는 ‘늘봄’은 사연도 많다고 한다. 요즘 하루 매출이 5,000만원 정도라니 웬만한 기업이상의 매출을 올리니 그만큼 제주도민이나 관광객들 모두에게 인정받는 고기집이 틀림없다. 제주진짜토박이인 일행이 하는 말 ‘제주 관광 우수업체 베스트맛집’으로 선정되었듯, 제주의 진정한 맛은 노형동 ‘늘봄흑돼지’ 바로 이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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