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마에 포디움 위에서 / 그냥 서 있는 건 고깔콘도 한다

정현구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6-08-16 13: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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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드(YOLD)=정현구 칼럼니스트] 학창 시절 시험공부를 하든 안 하든 한 번쯤은 들어본 데카르트 형님의 명언.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모든 것을 까칠하게 의심하던 철학자가 “아, 그래도 지금 고민하고 있는 내 존재 자체는 부정할 수 없겠네!” 하고 낸 결론이다. 명쾌하다. 깔끔하다.그런데 문득 딴지가 걸린다. ‘생각해서 존재한다’는 건 알겠는데, 그럼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 걸까?그저 숨 쉬고 밥 먹으며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나 지금 제대로 존재하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무 생각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서 있는 건 길가의 교통 통제용 고깔콘도 잘하는 일이다. 그저 ‘있음’의 상태에 머무는 것을 근사한 ‘존재’라고 불러주기엔 어딘가 좀 억울하다.그렇다면 나는 지금 진정으로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풍경의 일부로 얹혀 있는 걸까?고민의 끝은 결국 내 방 문턱을 넘어 타인에게로 향한다. 

 

혼자 방구석에서 “나는 존재한다!”를 외쳐봐야 돌아오는 건 벽의 메아리뿐이다. 나라는 존재가 진짜 생동감을 갖는 건, 내 생각이 세상 밖으로 나와 누군가의 하루에 자그마한 온기를 보탤 때가 아닐까. 대단한 위업은 아닐지라도, 내가 만든 결과물이 누군가에게 작은 미소를 선물하고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나의 존재는 ‘그저 있음’에서 ‘참 괜찮은 존재’로 등업(Level Up)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말은 이렇게 쉬워도 현실은 여전히 어렵다. 당장 오늘 저녁 메뉴를 고르는 데도 깊은 번뇌에 빠지는데,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거룩한 존재’가 되는 건 또 얼마나 멀고 험한 길인가.그래도 다행인 건, “아, 제대로 존재하는 건 참 어렵네” 하고 머리를 쥐어뜯는 이 순간조차 내가 살아 숨 쉬며 무언가를 열망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점이다. 

 

데카르트 형님도 이런 나를 보면 씩 웃으며 “거 봐, 너 지금 엄청 생각하고 있잖아. 존재 맞네!” 하고 어깨를 두드려주지 않을까?‘그냥 고깔콘’으로 남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부지런히 머리를 굴리고 마음을 쓴다.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 조금 더 유쾌하고 따뜻한 내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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