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ve YOLD / 양평음악천사 박영선 대표, 기타 하나로 다시 시작된 삶,"음악으로 ‘사람’의 시간을 어루만지다"

안정미 기자 / 기사승인 : 2026-08-17 08: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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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드(YOLD)=안정미 기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양평에서 음악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 음악으로 누군가의 삶을 어루만지고 있는 박영선.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음악인의 길이 아니라 포기와 재시작, 그리고 나눔으로 이어진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이다.
 
처음 기타를 손에 쥔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음악이 좋았지만 그 시절 음악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소위 ‘딴따라’라 칭하며 먹고 살기 힘든 일의 대명사로 인식되던 시절이었기에 부모님의 강한 반대 속에서 그는 기타를 숨겨야만 했다. 공부를 곧잘 했던 터라 부모님의 기대 역시 작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집에서는 공부(만)하는 학생의 모습을 지켜왔고, 집 밖에서는 기타를 치는 소년으로 변신하는 이중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놓지 않은 꿈
친구의 집에 기타를 숨겨두고 몰래 연습을 이어가던 시간들. 그렇게라도 기타를 칠 수 있는 그 시간이 있었기에 ‘소년’은 소년답게 웃으며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음악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그는 오히려 더 치열하게 공부했다. 이는 부모님의 반대를 잠재우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그에게 음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포기할 수 없는 삶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교통사고’라는 밴드로 활동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운 그는 결국 발전된 음악의 천국 같던 서울로 향하기로 한다. 현실적인 선택으로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마음은 늘 음악에 머물러 있었기에 꿈과 현실 사이에서 버거운 고민의 시간들을 이어갔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결국 그는 대학을 내려놓기로 마음먹는다.

 

꿈의 서울은 달콤하지 않았다

자신의 현재 시간에, 그리고 미래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던 학업은 과감하게 용기 내어 내려놓으며, 음악이라는 길로 완전히 발을 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꿈꾸던 음악을 선택했다고 해서 서울에서의 20대는 달콤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녹음실에서 생활하며 세션 연주와 밤무대 공연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바빴고, 반짝이지 않는 시간의 연속으로 하루하루가 ‘버티는’ 시간이 됐다. 쓰디 쓴 인생이었다.

하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꿈꾸던 그였기에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기만 한 건 아니란다. 힘들고 고됐던 그 시간 속에서 그는 진짜 음악을 배웠다고 전한다. 현장에서 크고 작은 일들과 부딪히며 익힌 감각, 선배 뮤지션들과의 만남, 그리고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음악에 대한 열정. 그 시절은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그를 단단하게 만든 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음악이 ‘나눔’이 되는 순간

30대에 접어들며 그는 다시 한 번 선택을 해야만 했다. 결국 음악을 내려놓고 고향 양평으로 돌아올 수밖에 었었던 그. 악기도 모두 팔았다. 그렇게 음악과의 거리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박영선에게 음악은 쉽게 떠나지 않았다, 아니 그럴 리 없었다. 한 지인의 부탁으로 시작된 단 한 명의 기타 수업. 그 작은 시작이 다시 그의 음악적 삶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한 명이 열 명이 되고, 열 명이 백 명이 되어 지금의 박영선을 있게 만들었다.

사실 음악을, 기타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생각했던 시간에서 다시 기타를 손에 쥐던 그 순간, 그는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말한다. 한 번 포기했던 길이기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의 음악인생은 다시 활기를 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몇 번의 굴곡이 있던 그의 음악은 어느 순간 새로운 방향을 향했다.

단순한 연주를 넘어 누군가를 위한 음악으로. 계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컴퓨터 봉사활동으로 장애인 시설을 찾았던 때, 그곳에서 마주한 현실은 그를 깊이 흔들어 놓았다. 돌아오는 길, 눈물이 날 정도로 마음은 무거웠고 이에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결국 음악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그들에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할 수 있다면 어떨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양평음악천사’가 시작됐다.

사람을 잇는 음악, 함께라는 이름
‘양평음악천사’는 단순한 밴드가 아니라 음악으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먼저 자신들의 시간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이들이기에 직장을 마치고 시간을 맞춰 가장 좋아하는 음악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며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간을 모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나누기로 한다.

‘양평음악천사’를 찾는 곳은 어디든 가겠다 다짐한 그들은 복지시설과 보육시설을 찾아 공연을 하기도 하고, 소외된 이들의 생일을 축하해주며, 누군가의 시작과 끝을 기념해주며 함께 웃고 시간을 나눈다. 그 시간 속에서 양평음악천사가 더 행복한 귀한 감정마저 선물 받곤 한다고. 음악은 그들에게 무대가 아니라 관계가 되는 순간을 만든다.피아노와 보컬로 함께 ‘양평음악천사’ 활동을 하는 그의 아내는 이런 그의 선한 열정에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전한다.

“음악이 있으면 사람들의 마음은 금방 가까워질 수 있어요.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같은 언어로 소통하기 때문이죠. ‘양평음악천사’ 역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이들을 하나로 묶기에 금새 가까워져 마음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밤새도록 음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깊은 유대감과 함께 전하는 따뜻한 마음. 늘 선한 영향력으로 ‘함께 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남편이 대단하다 생각됩니다. 음악은 결국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때 더 큰 힘을 갖잖아요. 그걸 참 잘 실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시, 삶을 연주하다
현재 그는 기타 강사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자치센터, 학교, 문화센터 등 다양한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많은 시니어들을 만나고 있는데, 시니어들에게 기타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젊은 시절의 꿈이자 미처 이루지 못한 이야기이기에 가르치면서 얻는 따뜻한 마음이 더없이 귀하다.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주저하는 이들도 만나게 되는데, 인생 2막을 앞둔 많은 이들이 기타를, 음악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박영선의 머릿속엔 항상 가득하다. 특별히 기타는 혼자서도 음악을 완성할 수 있는 악기다. 어디서든 누구와도, 혹은 혼자서도 삶을 채울 수 있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음악이라는 문앞에서 주저하는 이들에게 그는 말한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빠른 때입니다.”

음악을 포기했던 사람, 다시 시작한 사람,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의 삶에 작은 빛이 되어주는 사람 박영선 대표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 늦은 순간이란 존재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지금 무엇을 시작할 수 있는지. 기타 한 대로 시작된 그의 인생 2막의 선율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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