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35년 외길, 지역과 함께 걷는 김근기 셰프 “접시에 인생을 담다”

조용수 기자 / 기사승인 : 2026-07-26 17: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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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드(YOLD)=조용수 기자] 외식 비즈니스의 핵심은 무엇일까? 김근기 셰프는 주저 없이 말한다.

“명분과 니즈입니다.”

왜 이 요리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명분, 그리고 손님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읽어내는 힘. 시장의 흐름을 읽되, 흔들리지 않는 명분을 지키는 것. 그 신념 하나로 35년 가까운 시간을 주방에서 버텨왔다. 요리는 자신 인생의 기록이었기에 힘들고 고단했던 지난 시절,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자부심 하나로 사력을 다해 달려온 시간이었다.

요리는 화려한 기술 이전에 ‘이야기’다. 접시에 담긴 자연미 넘치는 식재료, 은은히 퍼지는 향은 단순한 한 끼를 넘어 만든 이의 철학과 사상, 추억과 낭만, 그리고 지나온 인생 여정을 대변한다. 지금도 그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주방은 여전히 내겐 끊임없는 배움터다.

이천 시골 소년, 셰프를 꿈꾸다
부유하진 않았지만 부모의 깊은 사랑 속에 자란 한 소년이 있었다. 먹는다는 즐거움만으로도 설레던 경기도 이천의 학생. 그 설렘은 곧 동경이 되었고, 동경은 결심이 되었다. 그는 혜전대학교 호텔조리과에 입학해 요리를 본격적으로 해부하기 시작했다. 자연이 선사한 식재료를 이해하는 통찰을 일깨워준 이는 은사인 진양호 교수였다. 그 가르침은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첫 초석이 되었다.

군 복무 시절에는 논산 훈련소 영관식당에서 전국 각지의 식재료로 한식을 연마했다. 전역 후에는 새로운 세계를 향했다. 일본 지바현의 스시집에서 일식을 배우며 칼끝의 섬세함을 익혔고, 이후 미란다호텔 등 특급호텔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혹독하고 체계적인 셰프 수련을 이어갔다. 질타도 많이 받고, 자존심이 상할때도 많았지만 정말 열심히 살았다. 단지 자신이 꿈꾸는 미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남아 성공하고 싶다는 그 일념의 간절함이었다

32세, 첫 불을 밝히다
2002년, 고향 이천에서 ‘퍼핀 레스토랑’을 열었다. 파스타와 코스요리, 와인이 아직 낯설던 시절이었다. 혼신을 다해 요리를 만들었다. 진심은 통했다. 지역민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그의 이름은 서서히 입소문을 탔다.

"매일 매일이 전쟁 같았고 힘든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 접시 한접시에 제 인생을 담았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회상 하면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너무 큰 사랑을 받았거든요"

요리로 사회에 환원하자
요리를 시작하며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있었다. “요리로 봉사하며 사회에 환원하겠다”던 어릴적 다짐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만나 진로 상담도 하고, 고아원, 양로원, 사회 복지센타를 찾아 직접 요리하고, 한부모가정 아이들을 매장으로 초대해 식사도 대접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스스로와의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김 셰프에게 요리는 직업이기 전에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교였다.

2018년, 또 다른 도전을 택했다. 일식·한식·지중해 요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인 ‘김 쉐프의 텃밭’을 열며 세대가 함께 웃는 식탁을 꿈꿨다. 그 경험과 노하우는 현재 장호원에서 운영 중인 매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인 임금님표 이천한우, 임금님표 이천쌀 등을 활용한 로컬푸드 요리는 나의 요리 세계를 잘 보여준다. 세계를 배우되, 뿌리는 지역에 둔다는 원칙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2002년 첫 매장 오픈 이후 매년 한 차례 이상 유럽과 일본, 홍콩 등 식문화 강대국를 찾았다. 각 지역의 역사와 식문화를 탐방하고, 현지 식당을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맛본 모든 것을 흡수했다
.
"시대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계속 배우는 수밖에 업습니다. 오감으로 느끼고, 다시 제 방식대로 재해석합니다"

시대를 감지하며 외식업 선구자로 남고 싶다는 염원과 간절함 때문이었다. 30대에는 각종 요리대회에서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소상공인 요리 컨설턴트, 지역 특산물 요리 자문, 창업 교육 원장, 국내외 대회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당시 다양한 식문화 교육은 소중하고 알찬 경험이었다.

지중해를 향한 동경, 그리고 기사 작위 

40대 중반 이후 ‘건강’과 ‘로컬’에 더욱 집중했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요리는 살아있는 생명과도 같아요 "

건강식과 로컬 식재료는 대한 연구는 지중해로 어어졌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와 몰타를 오가며 장수 식단과 전통 조리법을 익혔다. 이탈리아 에스코피에 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몰타 요리협회로부터 지중해 요리 기사 작위 ‘Cavaliere’를 받았다. 2년마다 그곳 현지 협회에서 행사하는 요리나 와인 세미나에 참가해 셰프들과 교류하며 여전히 계속 배우는 중이다. 35년 경력의 셰프지만, 스스로를 “아직 공부하는 사람”이라 말한다. 현재 한국기능음식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후배 양성과 사회공헌 활동에 힘쓰고 있다. 요리로 사회적 약자 곁에 서고, 재능기부와 봉사를 이어가는 삶. 그것이 살아가는 ‘명분’이다. 

접시에 담긴 한 그릇의 음식

“요리는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몸을 살리고, 마음을 위로하고, 관계를 이어줍니다. 유명 셰프보다 오래가는 셰프로 남고 싶습니다.접시 위에 제 철학과 인생을 담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 안에는 35년전 셰프를 꿈꾸던 한 소년의 꿈과 열정,그리고 고객과 나누고픈 따스한 마음이 담겨있다. 오늘도 주방에선 맛스러운 요리 향내음이 피어오른다. 그리고 그 향 속에 내 인생도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김근기 셰프의 주방 불은 오늘도 그렇게 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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