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10년을 열네 낱말로 적은 허진열 목사『고난 사전』 출간

조용수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8 08: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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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도 폐쇄증 진단부터 간이식까지 10년, 한글 자음 ㄱ~ㅎ 열네 낱말로 다시 쓰다
- 김도명·임우현·유임근 목사 등 11인 추천…각 장 끝에 독자가 직접 채우는 워크북 구성

[욜드(YOLD)=조용수 기자] 고난을 이겨낸 사람의 성공담이 아니라, 아직 그 안을 통과하는 사람의 기록이 독자를 움직였다. 허진열 목사의 『고난 사전』이 7월 14일 작가의집 출판사에서 출간된 뒤 하루 만인 15일 2쇄에 들어갔다. 신인 저자의 신앙 에세이로는 이례적인 속도라는 것이 출판계의 평가다.


책의 뿌리는 저자의 10년이다. 생후 70일 된 딸이 담도 폐쇄증 진단을 받았고, 카사이 수술과 간경화 말기를 지나 간이식에 이르렀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승리의 기록으로 부르지 않는다. "이 책은 고난을 이겨낸 사람의 성공 간증이 아니다. 고난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을 붙들며 버텨온 한 사람의 분투어린 기록으로 봐주면 좋겠다." 프롤로그의 문장이 이 책의 자리를 말해준다. "고난 중에 가장 필요한 것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같은 자리에 있어 주는 누군가라는 것을."

가장 자주 회자되는 장면은 '맡김'을 다룬 장에 있다. 간이식 수술 후 처음 일반식을 먹게 된 날, 딸이 고른 것은 소고기도 전복도 아닌 크로와상이었다. "아빠 두 번 얘기하게 하지마, 난 그냥 크로와상이 너무 먹고 싶어!" 부산에 있던 저자는 전화를 끊자마자 기차에 올랐다. "그날 나는 걷지 않았던 것 같다. 계속 뛰었다. 다리도 뛰고 심장도 뛰고 마음도 같이 뛰었다." 부록 「간이식이 가르쳐 준 복음」에는 수술 전날 밤 장기기증이 취소됐다가 하루 만에 되돌아온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그 밤에 복음의 자리를 발견한다. "한 생명의 죽음이 다른 생명의 삶이 되었다. 예수의 죽음이 나의 생명이 되었다."

책의 형식은 제목 그대로 사전이다. 기다림·내려놓음·동행·라파·맡김·붙듦·섭리·어둠·전화위복·채움·카이로스·통곡·평안·희망 열네 개 낱말이 자음 순서로 놓인다. 저자는 "이 단어들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고난이 내 삶에 들이밀었던 단어들"이라고 말한다. 각 장 말미에는 독자가 자기만의 정의를 적어 넣는 빈칸이 배치돼, 읽는 책이자 쓰는 책으로 설계됐다. 병원비 2천만 원 앞에서 무너졌던 밤, 11시간의 수술 대기 동안 끊이지 않던 새벽 기도 문자, 보일러 30분을 계산하던 겨울의 장면이 낱말마다 붙는다.

추천사 11편도 같은 지점을 짚는다. 부산 세움교회 이종화 목사는 "눈물을 아는 사람이 쓴 글은 눈물 흘리는 사람에게 닿습니다. 고난 중에 있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손수건 같은 책"이라고 평했고, 라이트하우스 서울숲 임형규 목사는 "구급약처럼 옆에 두고 읽으십시오. 우리 모두 언젠가 그 시간을 지나갈 테니"라고 권했다. 저자가 남긴 마지막 문장은 고난의 성격을 다시 정의한다. "고난은 사람을 깎는다. 부수는 것이 아니라 조각하는 것이다. 당신의 고난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니 마침표를 찍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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