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전하는 나의 마음

안정미 기자 / 기사승인 : 2026-08-07 22: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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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 번쯤은 읊조려 봤음직한 유치환 님의 ‘행복’,
▲photo/PIXABAY

[욜드(YOLD)=안정미 기자] 언제부터인가 하늘을 쳐다봐도 에메랄드빛을 보기 힘들지만,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쓰는 이는 더더욱 구경하기 힘든, 지리산에 방사해 놓은 반달가슴곰보다 보기 힘든 천연기념물이 되었다. 편지를 써 본 기억도, 그것을 받아본 기억도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다 합쳐도 모자랄 만큼 오래전 일이고……. 오다가다 들여다보는 우편함에 꽂혀 있는 것이라곤 각종 고지서-그것도 대부분 이 메일로 받아보지만-나 전단지 뿐이니……?

인터넷이 사람의 일상을 편하게 한 건 사실이지만, 편지가 주는 그 아련함은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들여다봐도 자판을 부지런히 두드려 봐도 찾을 수가 없다. 어디에 가면 찾을 수 있을까? 어디로 가면 잊혀진 옛사랑의 그림자처럼 희미해진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 순식간에 전해지는 이 메일은 기다림의 미학도 설레임의 추억도 모두 앗아가 버렸다. 안 그래도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채찍까지 더해졌으니……?

▲photo/PIXABAY

간편한 것을 즐기는 세태를 탓할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을 추억만으로 묻어두기엔 그 아름다움이 너무 아쉽다. 해마다 이런저런 종류의 편지쓰기 대회가 있다. 대회라니? 금상 은상 동상 이딴 것들을 타기 위해 써야하는 게 편지라니, 편지 할아버지께서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실 일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 아날로그적 생각일까?

밤새워 쓰고 지우고 찢고 그러다 큰 맘 먹고 봉해 버린 편지를 아침에 보내고서는 괜히 보냈다는 생각에 우체통 앞을 지키다 우체부가 수거해가는 것을 억지 부려 도로 가져온 기억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집에 들어갈 때면 우편함부터 슬쩍 열어보고, 혹여 기다리는 편지가 올까 싶어 문 앞에서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리던 기억 또한 아스라하다. 

 

이런 일이 생경스런 요즘 아이들은 어떤 추억들을 가슴에 품고 나중 나중에 하나씩 둘씩 꺼내볼까? 동네 구멍가게 담벼락엔 촌스런 주황빛 공중전화기가 붙어 있었고 그 앞엔 여지없이 그와 잘 어울리는 빛깔의 빨간 우체통이 있었는데, 이젠 어쩌다 편지 부칠 일이 생겨도 우체국까지 가야하니 조만간 그러한 것들은 박물관에서나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편지를 안 쓰다 보니 우체통이 사라졌고, 그러니 더 안 쓰게 되었다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이 되어 버렸다.  

▲photo/PIXABAY
더러 광화문에 나가게 되면, 떡! 하니 늠름하게 버티고 서 있는 우체국을 보다가 눈을 돌려 세종로 높은 곳에 서 계신 이순신 장군에게 묻곤 한다. 장군님, 여기 여기요, 여기 광화문 우체국을 한 번 보세요. 무슨 생각이 드세요?

편지를 써야겠다. 오늘, 원고지 뒷장이나 연두 빛 감도는 고운 종이에 그리운 이의 이름을 새기며 한 자 두 자 곱디곱게 마음을 담아 물빛 봉투에 넣고는 마을 어딘가에 있는 우체국을 찾아야지. 그러면 어느 시인처럼 그곳에서 혹여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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