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찬 렌즈에 담아낸 이 나무는, 단순히 흙에 발을 묻은 식물이 아니다. 물빛처럼 일렁이는 초록의 겹들은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의 조각들이며, 수면 위에 어른거리는 무수한 기억의 파동이다. 형체는 흐릿해지고, 빛과 어둠은 경계를 허물며 존재의 심부(深部)를 파고든다.
가장 단단한 둥치마저 고요한 일렁임 속으로 녹아드는 순간, 바람은 보이지 않는 언어가 되어 잎새 사이를 채운다. 이 추상(抽象)의 숲은 내면의 가장 깊은 곳,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 영혼의 초상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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