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만두에서 요양식까지 용인 미르포레스트 김영삼 셰프 "음식은 인격"

안정미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8 08: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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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누군가에게 맛있는 매일을 선사

[욜드(YOLD)=안정미 기자] 누군가에게 음식은 생계이고, 누군가에게는 유행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취향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음식이란 이렇게 다양한 의미를 가지면서도 조금씩 ‘소소한 사치’의 개념을 얹고 있는 듯하다. 실로 요즘은 미디어나 소셜미디어 그 어느 곳에서도 트렌디한 음식의 향연이 이뤄지고 있다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러나 김영삼 셰프에게 음식은 조금 다르다. 그는 수더분하게 웃음지며 담담하게 말한다.


“음식은 인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한마디 안에는 30년이 넘는 시간, 수천, 수만 명의 식탁, 그리고 수없이 반복된 선택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우연처럼 시작된 운명, 만두 한 접시
김영삼 셰프의 요리는 화려한 레스토랑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시절, 대학 진학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을 그 때였다. 우연히 들른 작은 분식집에서 그의 인생은 방향을 틀었다. ‘인생만두’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30년 넘게 만두만 빚어온 장인의 손에서 나온 음식 만두. 모양도, 맛도 놀라웠다. 요리에 큰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던 그에게 그 만두는 감동 그 자체였고, 그를 요리의 길로 이끌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눈을 감으면 만두를 빚는 손동작이 떠올랐고, 집에 돌아와서도 머릿속엔 만두 생각뿐이었어요. 정말 말도 안되게 맛있었던 만두였습니다. 인생만두를 만난 것이 저에게는 행운이었던거요.”

 

그렇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던 그 만두를 만들면서 요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바쁘고 고된 시간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요리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 열정은 곧 결과로 이어졌다.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그는 가게를 맡는 위치까지 올라섰고, 하루 매출 140만 원을 올리던 시절을 경험했다. 1990년대 중반, 만두 하나로 대기업 과장 월급에 버금가는 매출을 올리던 풍경은 그에게 ‘요리로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군 복무 중에도 요리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간부식당으로 배치됐고, 제대 이후에는 한식, 분식, 고깃집 등 다양한 현장을 오가며 실력을 다졌다. 이후 프랜차이즈 본사에 입사해 메뉴 개발 팀장으로 일하며 치킨, 분식, 브랜드 메뉴 개발까지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이런 풍부한 그의 이력은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의 요리는 언제나 ‘현장’에서 출발해 ‘사람’으로 돌아온다는 것. 그의 요리는 그가 느꼈던 감동을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되고 있다.

반찬과 급식, 그리고 요양식으로

김영삼 셰프의 전문성이 본격적으로 빛난 시기는 반찬 산업이 성장하던 시절이었다. 그는 반찬 전문 기업, 단체급식, 요양시설 급식을 거치며 ‘매일 먹는 음식’의 무게를 배웠다. 사람들이 매일 먹어야 하는 반찬, 그 반찬에는 정성과 좋은 재료는 물론 김영삼 셰프의 마음까지 담았기에 그의 요리는 조금 더 사람을 향했다. 그러던 중 고급 요양시설에서의 경험은 그의 요리 철학을 결정적으로 바꿔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삶의 끝자락에서 유일한 즐거움이 식사인 사람들. 어느 날 아침, 시설 앞에 세워진 구급차를 보며 그는 생각했다.

“그분들이 드시는 한 끼가, 어쩌면 마지막 기억일 수도 있겠구나.”

그날 이후 그는 음식에 타협하지 않게 됐다. 조미료 사용을 줄이고, 육수를 직접 내고, 재료의 기본을 지키는 일.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태도였다. 그리고 그때의 그 기억과 경험들로 김 셰프는 꿈을 그려 나가는 중이라 덧붙였다.

지금, 미르포레스트에서
현재 김영삼 셰프는 용인 미르스타디움 내 구내식당인 ‘미르포레스트’에서 한식 기반의 음식을 선보이며 공간을 채워가고 있다. 사실 김영삼 셰프의 탄탄하고 화려한 이력을 보았을 때 성수나 홍대쯤 되는 힙한 장소에서 파인다이닝의 오너셰프로 소개를 해야 할 것만 같았는데, 그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만날 수 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김영삼 셰프는 이탈리아(남부)협회부설 아카데미 명예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지중해 이태리몰타 조리명인 기자작위를 수여 받았으며,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2023 지중해 이태리몰타 한식 오리엔탈부분 최고상을 수상, 2024~2025 연속 동일 협회 올해의 셰프 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알리는 글로벌 셰프다. 국제챌린지컵 국제요리대회의 심사위원도 수년간 맡아오면서 요리계에서 그의 입지를 굳혀왔다.

이렇게 국제 활동도 활발히 진행해왔던 그를 지금 미르포레스트에서 만날 수 있다. 한식과 분식을 중심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는 그. 주말이면 직접 뽑은 우동 육수, 수제 돈가스, 손으로 만든 소스와 육수, 50kg이 넘는 떡으로 만드는 떡볶이가 테이블에 오른다. 가격은 낮지만 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더 해주고 싶어요. 그런데 이 가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죠.”

이쯤 궁금했던 것 같다. 요즘 같은 시대, 그러니까 음식이 유행이고 패션이 되는 요즘 값비싼 음식과 환경을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시기에 화려한 파인다이닝의 오너셰프를 누구나 꿈꿀 것만 같았는데, 김셰프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말이다. 조심스레 물어봤을 때 그는 발그레 웃으며 말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을 해 드리는 것으로 좋아요. 돈 많이 벌고 그런 것도 좋지만 저는 사람들의 ‘끼니’가 맛있게 이뤄지면 그걸로 됐어요. 진심을 다 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두려고 합니다. 밥과 반찬을 잘 드리는 것으로 좋은 일 많이 할 수 있거든요,”

미르스타디움을 찾는 가족들의 맛있는 ‘끼니’를 선사하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김영삼 셰프, 그의 마음이 바로 공덕을 쌓는 일이 아닐까. 많은 이들에게 소소한 맛보는 즐거움을 매일 선사하는 그의 노력이 참 다정하다.


그런 그의 다정한 음식은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한 번 와서 맛본 이후 메뉴에는 없었던 ‘도시락’을 주문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 직접 가족들과 함께 와서 맛본 이들은 물론이고 입소문으로 듣고 부러 찾아와 김 셰프의 간단하지만 정성 어린 음식들을 맛본 이들의 만족감이 ‘도시락’ 주문으로 이어진 것이다. 소규모 단체, 기관, 업체 등 다양한 고객들의 도시락 주문이 생기면서 김 셰프는 도시락 제작 및 납품도 진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올 구정 명절 연휴를 지나고 나면 미르포레스트 김영삼 셰프의 도시락이 본격적으로 시작해 더 많은 이들의 맛있는 끼니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람을 위해 에너지를 만드는 일, 그게 셰프의 일이잖아요."

 

김영삼 셰프의 이야기는 개인의 성공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협회 활동과 지자체 협업을 통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요리, 공공 행사를 위한 음식 기획 등 ‘함께 잘 먹는 방법’을 고민한다. 아직 중학생인 아들이 같은 길을 선택하겠다고 했을 때도 그는 강요 대신 지지를 택했다. 사실 그의 아름다운 마음과 노력을 아직 어린 아들이 가장 인정해 준 것만 같은 마음도 들어서 울컥하기도.

그런 그의 시선은 이미 다음을 향해 있다. 고령화 사회 속에서 요양식과 이동급식 시장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 그는 ‘싸게, 대충’ 만드는 음식에 문제의식을 느낀다. 단가는 현실이지만 정직함까지 포기할 이유는 없다는 것.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요양식과 일반식을 함께 아우르는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인 것도 그 연장선이다.

 

만두 하나에 반해 시작된 요리 인생은 이제 어르신의 식탁과 지역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영삼 셰프가 말하는 음식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며, 삶을 대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그의 음식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한다.

‘음식은 곧 인격’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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