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어느 날이었다. 그날 나는 블로그에 「감자 한 알의 아디아포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의 오랜 친구로부터 안부와 함께 글에 대한 짧은 메시지가 날아왔다. 내 글의 어휘가 다소 어렵고 현학적으로 느껴져 가슴에 바로 와닿지 않는다는, 다소 직설적인 아쉬움의 표현이었다.그러나 그 글은 내 알량한 지식을 뽐내려 쓴 글이 아니었기에 처음엔 적잖이 섭섭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그렇게 다가갈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 솔직한 피드백 역시 그날 내가 쓴 글의 주제처럼 그저 하나의 ‘아디아포라’일 뿐이었다. 친구에게는 “나이 들어 즐기는 소소한 지적 유희로 읽고 쓰는 일이니 그저 그런냥 해주소.”라며, 섭섭함 대신 한 발 물러선 마음으로 답을 건넸다.

내가 글을 쓰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표현' 이전에 '지향(指向)'에 있다. 글을 쓰다 보면 때로 현실의 내 모습보다 훨씬 더 다정하고, 더 깊고, 더 고운 문장을 적어 내릴 때가 있다. 아직 내 인격과 삶이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나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꾸만 좋은 표현, 선한 언어를 다듬어 쓰는 까닭은, 지금은 비록 미흡할지라도 내가 자꾸 글로서 그리 적어 내려가면 내 삶 역시 마침내 그 문장을 닮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말은 공중으로 산화되어 사라지지만, 종이 위에, 그리고 모니터 위에 또박또박 적힌 글은 거울처럼 나를 끊임없이 비춘다. 내가 쓴 고운 문장을 내 눈으로 다시 읽고, 내 마음으로 들으며, 나는 매일 조금씩 내가 꿈꾸는 사람이 되어간다. 글은 과거나 현재의 나를 단순히 기록하는 매체가 아니라,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내일의 나를 끌어당기는 '선한 이정표'이자 깊은 '수양(修養)'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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