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계의 스펀지 ‘가지’ / 까다로운 식재료 하지만 요리법으로 ‘가지가지’ 변신

조용수 기자 / 기사승인 : 2026-08-11 18: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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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죽되기 쉬운 가지, 소금 뿌려 두거나 한번 익혀서 수분ㆍ공기 빼는 밑준비하면 달라져
- 다른 맛을 굉장히 잘 흡수하기 때문에 구이부터 튀김까지 웬만한 요리에 잘 어울려

[욜드(YOLD)=조용수 기자] 굵든 가늘든 가지는 흔한 식재료이다. 이맘때쯤 가장 맛있어지지만 한 겨울에도 살 수 있는 채소이다. 게다가 껍질은 또 얼마나 반질반질하고 고운가. 칼이 딱 사뿐사뿐 들어가는 느낌마저 좋아서 왠지 하루 종일 가지만 썰고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거기까지이다. 조건반사처럼 별 생각 없이 사 들고 와서 도마에 올려 놓으면 그때 비로소 본격적인 고민이 밀려 온다. 대체 이걸 어떻게 먹는 게 좋을까?

정답은 ‘아무렇게나’이다. 가지는 다른 맛을 굉장히 잘 흡수하는 식재료이다. 그래서 나물부터 샐러드, 구이부터 튀김까지 웬만한 요리에 고개를 들이밀 수 있다. 눈치도 꽤 빨라서 이런저런 식재료와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말하자면 잠재력이 엄청난 채소인데 교육과 훈련이 좀 필요하다. 잠깐의 학습만으로도 잠재력이 활짝 피어나지만 배려해주지 않으면 거의 모든 음식을 완벽하게 망칠 수 있다. 전혀 과장을 보태지 않고 가지의 미래가 우리의 손에 달렸다.

가지는 왜 까다로운 식재료일까. 대부분의 과채류는 일단 수분이라는 ‘양날의 칼’ 격의 특성을 지닌다. 높은 수분 함유량 덕분에 특유의 싱싱함이며 질감 등이 가능하지만 맥락에 따라 다스리지 못하면 음식 전체를 망칠 수 있다. 가지도 예외는 아니어서 무게의 그대로 익혔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튀김이다. 앞에서 어향가지를 언급했는데, 인기를 누리는 메뉴이지만 정말 잘 하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수분까지 함께 튀긴 가지를 걸쭉한 소스에 볶아내니 최악의 경우에는 소스인지 튀김옷인지 가지인지 구분을 못할 뜨거운 곤죽이 식탁에 올라오고, 아니더라도 해물탕 속의 미더덕처럼 한 입 베어 물면 뜨거운 즙이 왈칵 쏟아져 나와 혀와 입천장을 데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더군다나 수분이 전부가 아니다. 하루 종일 가지만 썰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은 특유의 사뿐 사뿐한 느낌은 조직의 공기 덕분이다. 사이사이 공기가 들어차 있는 가운데 조직이 느슨하게 얽혀 있으니 결국 가지는 ‘채소계의 스펀지’이다. 직접 확인도 해 볼 수 있다. 가지를 길이 반대 방향으로 두툼하게 한 쪽 썰어 무게를 달고, 식용유에 이십 분 담갔다가 꺼내 다시 무게를 달아본다. 원래 무게의 90% 정도는 가볍게 기름을 머금을 것이다. 이런 가지를 그냥 튀긴다면? 언젠가 건대입구의 양꼬치집에서 먹은 것처럼 한 입 베어 물면 뜨거운 조미료맛 즙을 쭉 내뿜는 괴물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가지의 수분과 공기를 덜어내는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첫 번째 방식은 소금만으로 가능하다. 쓰임새에 맞게 썬 가지를 체에 받치고 소금을 솔솔, 넉넉히 뿌려 두 손으로 가볍게 버무려 30분 가량 둔다. 삼투압으로 느슨하게 얽혀 있던 조직에서 수분이 빠지니 눌러 공기를 빼낼 수 있다. 종이 행주를 덮고 가볍게 손바닥으로 눌러주면 수분과 공기가 동시에 빠져 나온다. 워낙 염장과 나물에 익숙한 우리이니만큼 가지 절이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이다.

다만 이 방법은 간단한 만큼 단점도 지닌다. 시간이 좀 걸리니 기다려야 할뿐더러 수분과 공기는 걷어냈지만 날 것이므로 어떻게든 한 번 익혀야 먹을 수 있다. 이후의 과정까지 고려한다면 가지 한 가지 요리하는데 넉넉잡아 1시간은 걸린다. 좀 더 편하고 빠른 방법은 없을까. 부피가 크니 공간을 많이 잡아 먹지만 밥을 비롯한 찬 음식을 데우는 데나 쓰는 전자레인지가 가지의 선행학습 전담 교사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다. ‘마이크로웨이브(극초단파)’라는 명칭이 말해주듯 전자레인지는 극초단파로 식재료 속 물 분자를 정렬 및 재정렬 시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운동에너지로 열을 발생시켜 가열시킨다. 따라서 가지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익히는 한 편 적당한 압력을 가하면 수분과 공기를 동시에 뺄 수 있다.

일단 가지를 필요한 두께로 썬다. 속살을 껍질이 일정하게 둘러싸는 형국이니 길이 반대 방향으로, 즉 둥글게 써는 게 가장 좋다. 소금과 후추를 솔솔 뿌려 간한다. 전자레인지의 내부 공간에 맞는 접시를 준비해 종이 행주를 두 장 깔고 가지를 일정하게 담은 뒤, 종이 행주 두 장을 올리고 같은 크기의 접시로 덮는다. 접시는 무거울 수록 좋다. 전자레인지에 3~5분 돌린 뒤 꺼내(접시가 뜨거우니 주의한다), 새 종이 행주 두 장 사이에 넣어 손바닥으로 가볍게 눌러 남은 수분과 공기를 함께 뺀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데치거나 삶은 채소 혹은 나물류의 물기를 뺄 때 두 손 사이에 둥글게 뭉쳐 넣어 짜는데, 그럼 안으로 들어갈수록 물기가 빠지지 않고 압력을 지나치게 가해 연약한 채소가 물크러진다. 따라서 한 켜씩 펼쳐 놓고 종이 행주를 올려 물기를 빨아들이는 게 좋다. 한꺼번에 많이 손질하고 싶다면 ‘접시-종이행주-가지-종이행주-접시’의 켜를 여러 개 쌓아 올린 뒤 전자레인지에 한꺼번에 돌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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