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찬 포토에세이] 멈춘 듯 흐르는 시간

김윤찬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6 0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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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과 검은꼬리박각시의 생태적 교감 [욜드(YOLD)=김윤찬 기자]파주 운정 호수공원에 넓게 펼쳐진 백일홍 꽃밭은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생태계의 활기찬 무대다. 만개한 붉고 분홍빛을 띤 꽃들 사이로, 마치 작은 진동음과 함께 허공에 정지한 채 꿀을 탐닉하는 경이로운 장면을 포착하다. 이 정교하고도 우아한 비행의 주인공은 화려한 화단에서 꿀 도둑으로 활약하며 흔히 '벌새 나비'라 불리는 검은꼬리박각시(Macroglossum stellatarum)다.


나비목 박각시과에 속하는 검은꼬리박각시는 몸길이 약 15mm, 날개 편 길이 50mm 내외의 소형 나방이다. 크기는 작지만 생태학적 비행 능력은 경이로운 수준에 이른다. 초당 수십 번에 달하는 격렬한 날갯짓으로 공중에 머무는 완벽한 정지 비행(Hovering)을 구현해 내며, 긴 주둥이를 유연하게 뻗어 백일홍의 화관(花冠) 깊숙한 곳에서 정확히 꿀을 빨아들인다.

형태적으로는 배의 중간과 끝부분이 짙은 검은 털로 덮여 있어 단단하고 날렵한 인상을 주며, 쉼 없이 교차하는 투명한 막질의 날개는 가을 햇살 아래서 투명한 잔영만을 남긴다.
자연의 피조물들이 맺는 공생의 관계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정교한 시(詩)와 같다.
꽃은 생존을 위해 달콤한 꿀을 기꺼이 내어주고, 벌새를 닮은 이 작은 비행체는 이 꽃 저 꽃을 오가며 생명의 수분을 돕는다.

 

찰나의 순간을 정지된 프레임으로 엮어낸 이번 생태 기록은 단순한 곤충의 관찰기를 넘어, 쉼 없이 박동하는 대자연의 생명력에 대한 찬사다. 형형색색의 백일홍 위에서 펼쳐지는 검은꼬리박각시의 춤사위는 우리에게 치열하면서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의 질서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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