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하 일상과 생각 / 당신이 그것을 가진 것인가, 그것이 당신을 가진 것인가

박정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6-10-24 11: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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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드(YOLD)=박정하 칼럼니스트] 요즘 아침마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쓴 <대화편>에서 핵심 사유를 선별해 짧은 글로 재구성한 편역서를 한 편씩 읽고 있다. 매일 아침 한 편씩만 읽는 이유는 그날의 문장 하나가 내 안의 무엇을 건드렸는지 천천히 들여다보고 싶어서다. 읽는 것보다 멈추어 생각하는 시간이 더 소중할 때가 있다.

오늘 아침 내 앞에 놓인 화두는 소유였다. 세네카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을 잃는 것보다 한때 가졌던 것을 잃는 일이 훨씬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한 번 가졌다가 잃은 것은 살점이 뜯기듯 아프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잃을 것이 적을수록 상실의 고통도 덜하지 않을까. 소유가 주는 기쁨보다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커지는 순간, 우리는 가진 것의 주인이 아니라 그것에 얽매인 사람이 되기 쉽다. 이 대목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인물이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의 일화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그를 찾아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주겠다고 하자, 그는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 달라고 답했다. 알렉산드로스는 세계를 손에 넣으려 했지만, 디오게네스는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데 필요한 것이 거의 없었다. 대왕은 수많은 것을 소유했으나 더 많은 것을 원했을 것이고, 철학자는 가진 것이 거의 없었으나 더 얻어야 할 것도 없었다.

누가 더 자유로운 사람인가. 이 질문 앞에서 소유의 의미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디오게네스의 일화는 소유의 많고 적음보다 소유에 얽매이는 정도가 자유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물론 물질적 소유가 주는 안정과 편리함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것을 얻고 지키느라 우리의 시간과 마음을 빼앗기고, 남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는 데 있다.

우리는 때로 필요해서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도록 부추겨졌기 때문에 그것을 필요하다고 믿는다. 남의 시선과 평가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일, 그것이 디오게네스의 삶에서 오늘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지혜일 것이다. 나 역시 모든 것을 버리고 살 수는 없다. 가족과 삶에 대한 책임도 있고, 물질이 주는 현실적인 안정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게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소유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느냐일 것이다.

 

내가 그것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그것이 나를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은 돈과 집, 물건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명예와 지위, 타인의 인정, 심지어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과 성취에도 해당할 것이다. 나를 기쁘게 했던 것이 어느 순간 놓을 수 없는 집착이 되고, 나를 지켜주던 것이 도리어 나를 옭아매는 사슬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더 많은 것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햇빛을 가리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삶에서 정말로 비켜서지 말아야 할 햇빛은 무엇일까. 오늘 아침 세네카의 문장을 읽으며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본다. 더 많이 가지려 애쓰느라 정작 누리지 못하는 것은 없는가. 이미 내 곁에 와 있지만 당연하게 여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없는가. 어쩌면 자유란 더 많은 것을 손에 넣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면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에 비로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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