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찬 추상화 Art Collection] 하늘, 바다, 육지 —

김윤찬 기자 / 기사승인 : 2026-11-07 0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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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여백 속에 묵묵히 새겨진 고독과 궤적 [욜드(YOLD)=김윤찬 기자] 자연이라는 무한의 캔버스 위에서 존재는 과연 어떤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는가.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때로는 사물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본질만을 남기는 구도(求道)의 과정과 같다. 이번 <추상화 Art Collection>에서는 아득한 하늘과 짙푸른 바다, 그리고 눈 덮인 대지가 빚어내는 거대한 여백을 담았다. 그 압도적인 풍경 속에 점과 선으로 남겨진 고요한 풍경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묵묵히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모든 존재를 향한 한 편의 서정시(抒情詩)다.

[하늘] 구름의 바다를 가르는 은빛 고독


두꺼운 구름층이 융단처럼 깔린 아득한 창공. 그 아득하고 무한한 공간을 가로지르는 작은 비행기의 모습은 거대한 화선지 위에 무심히 찍힌 한 점의 먹물과도 같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증발해 버린 듯한 하늘의 고요 속에서,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저 작은 날갯짓은 경건하기까지 하다. 광활한 우주 속에서 인간이 지닌 존재의 미약함, 그러나 기어코 앞으로 나아가는 생의 의지가 저 텅 빈 하늘 위에 서려 있다.

[바다] 푸른 심연 위에 새겨진 하얀 궤적


티 없이 맑고 짙푸른 수면, 그 거대한 침묵의 바다를 항해하는 배 한 척이 길고 선명한 하얀 포말을 긋고 있다. 찰나에 피어났다 물결과 함께 스러질 선(線)이지만, 저 하얀 궤적은 망망대해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치열한 항해의 증명이다. 지나온 과거와 나아갈 미래를 잇는 저 명징한 궤적을 바라보며,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떤 항로를 그리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육지] 순백의 설원 위, 의연하게 선 독야청청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설원과 시리도록 맑은 푸른 하늘이 맞닿은 경계. 모든 것이 덮이고 지워진 그 완벽한 여백의 세계를 완성하는 것은 홀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다. 차가운 계절의 혹독함 속에서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은 고독한 자태는 숭고한 생명력 그 자체를 대변한다. 극명한 색채의 대비가 주는 시각적 쾌감 너머로,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외로운 영혼의 초상을 마주하게 된다.

하늘의 점, 바다의 선, 그리고 대지의 나무.
이 세 장의 풍경은 각기 다른 공간을 응시하고 있지만, 결국 '거대한 자연 속에서 고독을 품고 묵묵히 나아가는 존재들'이라는 하나의 철학적 서사로 귀결된다. 프레임에 담긴 이 미니멀리즘의 세계가, 쉼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에 잠시나마 숨을 고를 수 있는 사유(思惟)의 여백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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