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하의 일상과 생각 / 우리 삶의 딤플 ― 흠집이 날개가 될 때

박정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6-07-20 05: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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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드(YOLD)=박정하 칼럼니스트] 골퍼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골프공을 한 번쯤 손에 쥐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처음 공을 만져보면 생각보다 표면이 거칠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고 깊은 홈들이 빼곡하게 패어 있다. 언뜻 보면 멀쩡한 공에 일부러 흠집을 내놓은 것 같아, 왜 굳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파인 자국들, 즉 '딤플(Dimple)' 덕분에 공은 더 멀리 날아간다. 매끈한 공은 공기 저항에 부딪혀 금방 툭 떨어지지만, 딤플이 있는 공은 공기를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스스로를 떠받치는 힘인 '양력'을 만들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상처처럼 보이는 그 홈들이 공을 더 높고 안정적으로 밀어 올려주는 셈이다.

은퇴 후의 삶을 가만히 반추해 본다. 젊은 날의 나는 참 매끄러운 공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갈등도 없고, 상처도 없고, 남들이 보기에 부러울 만큼 매끈하게 흘러가는 인생 말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든 인생이라는 필드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때로는 믿었던 사람에게 마음 한구석이 움푹 파이기도 하고, 소망했던 일이 좌절되어 자존심이 깎여나가기도 한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이 완성과는 자꾸만 멀어지는 것 같아 스스로 부끄러워한다. 왜 내 삶에는 이런 흠집이 생길까 하며 남들의 매끈해 보이는 공과 비교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세월의 언덕을 넘어와 보면 그제야 알게 된다. 내 삶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순간은 대개 편안할 때가 아니라, 거친 마찰이 있을 때였다는 것을. 실패했을 때, 예상치 못한 관계가 틀어졌을 때, 내가 믿었던 나의 모습이 여지없이 흔들렸을 때... 그 아픈 순간마다 삶에는 작은 홈이 하나씩 생긴다. 당시엔 분명 '상처'이고 '손실'이었을 테지만, 돌이켜보면 그 자국들이 삶의 거센 맞바람을 붙잡아주는 버팀목이었던 것이다.

매끄럽기만 했던 시간들은 흘러가 버려 대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오히려 깊게 파였던 순간들, 버텨냈던 날들, 아픔 때문에 나 자신이 조금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이 자리에 데려다 놓았다. 결국, 우리를 날게 하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그 '모자람'을 채워가는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식 세대에게, 혹은 지금 흔들리는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 지금 삶에 새겨진 불편함이나 부족함이 당신을 망가뜨리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을 더 멀리 보내기 위해 인생이 정성스럽게 새겨 넣고 있는 딤플일지도 모른다. 지금 인생의 맞바람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다면, 혹은 남들보다 내 삶이 유독 거칠고 흠집이 많아 보여 속상하다면, 한번 떠올려 보자. 매끄러워서가 아니라, 완벽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흠집이 많은 공이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 상처 같은 흠이 있기에 비로소 비상할 수 있다. 삶은 이런 장면들의 반복이며, 그 패인 흔적들이야말로 우리를 지탱해 주는 진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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