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욜드(YOLD)=윤경숙 칼럼니스트] 늦은 밤. 친구가 마실을 다녀오듯 천천히 걸으며 보내온 사진 한 장.
젖은 아스팔트 위로 달빛과 가로등이 겹쳐지고, 나무들은 말없이 길을 품고 있다.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도 숲과 닮았다는 것을. 겉으로는 고요해 보여도 안에는 수많은 생각과 상처, 희망과 기다림이 나뭇잎처럼 겹겹이 살아 숨 쉰다.
친구는 산책길에서 엉기적엉기적 나무를 향해 기어가는 작은 굼벵이에게도 “힘내라.” 한마디를 건넨다고 했다. 누군가는 웃어넘길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거창한 구호보다 이름 없는 생명 하나를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조금씩 달라진다.
나는 늘 공공의제를 고민한다. 국가의 미래, 지역의 발전, 정책과 제도…. 그러나 그 모든 시작은 결국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가장 좋은 정책은 사람을 경쟁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 것이고, 가장 좋은 공동체는 약한 걸음을 재촉하기보다 함께 속도를 맞춰주는 사회일 것이다.
오늘 밤, 친구가 보내온 사진 한 장이 내게 다시 가르쳐 주었다.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 아직도 누군가는 달빛 아래를 걸으며 굼벵이 하나를 위해 기도하고, 멀리 있는 친구에게 마음의 숲 하나를 선물한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믿어도 된다.
사람을. 그리고 함께 살아갈 내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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