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독한 워커홀릭이 지나온 삶을 반추하며

[욜드(YOLD)=정현구 칼럼니스트] 일터의 조명이 꺼진 뒤에도 마음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Hand를 쉬면 Mind가 조급해지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도모하지 않으면 불안이라는 이름의 짙은 그늘이 서서히 영혼을 덮쳐온다. 스스로를 쉼 없이 채찍질하며 달려온 날들. 지독한 워커홀릭으로서 살아온 시간의 궤적은 늘 분주함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아침, 빛바랜 옛 메모장을 펼쳤다가 멈춰 선 문장이 있다.
"하루 종일 일만 하는 사람은 돈 벌 시간이 없다."
— 박용석, 《한국의 젊은 부자들》 중
오래전 스치듯 적어두었던 이 단 한 줄이 오늘따라 가슴 깊은 곳을 서늘하게 파고든다. 마치 지난 삶의 명암을 한순간에 포착해 낸 거울처럼, 문장은 내 앞에서 조용히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그동안 쏟아부었던 그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 그러나 정작 돌아보면 내가 몰두했던 '일'들은 세상이 말하는 거창한 부나 물질적 결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치와 의미를 찾아 끊임없이 판을 짜고, 영혼을 쏟아 넣으며, 조직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유의 여정이었을 뿐. 자본의 논리로만 치환하면 설명되지 않는 삶의 궤적들이었다.
'일을 하느라 정작 자본을 구축할 시간이 없었다'는 역설. 그것은 단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자조에 그치지 않는다. 진정한 '돈을 버는 시간'이란 어쩌면 내 삶의 자산을 어떻게 설계하고, 내 노력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멀리서 바라보는 지혜와 여백의 시간을 의미했을지도 모른다. 눈앞의 일에 매몰되어 숲을 보지 못한 채 나무만 가꾸느라, 내 인생이라는 정작 더 큰 거버넌스를 설계할 틈을 내어주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일하지 않으면 밀려오는 불안은 사실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라기보다,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오직 '생산성'으로만 증명하려 했던 오랜 습관의 부산물이었을 것이다. 몰입의 순수한 기쁨 뒤편에 숨어 있던 그 불안을 마주하고 보니, 비로소 내가 걸어온 길의 진짜 모습이 보인다.
이제는 지독했던 팽팽함의 끈을 조금 줄여볼 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뎌내는 연습, 내 삶을 제3자의 시선으로 부감(俯瞰)하며 더 넓은 지평을 바라보는 여백. 하루 종일 손을 바삐 움직이는 워커홀릭의 삶에서 벗어나, 내 삶의 가치를 진짜 가치 있게 만들어줄 '생각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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