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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PIXABAY |
[욜드(YOLD)=윤경숙 칼럼니스트]
음식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그래서 주방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공간이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공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광주의 한 치킨집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은 그 당연한 원칙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기사 속 장면은 충격적이다. 직원의 식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결국 둔기가 오가는 폭력으로 이어졌다. 법원의 판단은 진행 중이지만, 무엇보다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한 것은 주방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이 순간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상대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사실이다.주방은 생각보다 위험한 공간이다. 칼과 망치, 무거운 조리도구, 뜨거운 기름과 화구, 각종 기계가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손에 쥔 도구는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도 있지만, 감정을 잃는 순간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주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칼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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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깨끗한 접시에 담긴 음식만 본다. 그러나 그 접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치열하다. 한여름 주방은 폭염보다 더 뜨겁다. 가스불과 오븐, 끓는 국물과 화구 앞에서 두꺼운 위생복과 마스크, 위생모까지 착용한 채 몇 시간씩 버텨야 한다. 위생을 위해 냉방조차 마음껏 사용할 수 없는 환경도 적지 않다. 그 속에서 일하는 조리사는 체력뿐 아니라 정신력까지 시험받는다.
업주 역시 쉽지 않다.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 매출에 대한 부담, 고객의 불만, 예기치 않은 변수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직원은 직원대로, 업주는 업주대로 저마다의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간다.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필요한 것이 서로에 대한 이해다. 고용주는 직원을 비용이 아닌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동료로 바라봐야 한다. 직원 역시 업주의 고민과 책임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음식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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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은 기술만 배우는 산업이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산업이다. 그런데 우리는 위생교육과 조리기술 교육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분노를 다스리는 교육, 직장 내 존중과 소통 교육, 안전 행동수칙 교육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외식업계도 ‘안전한 주방’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화재 예방과 위생관리만이 안전이 아니다. 폭언과 폭력, 감정적 충돌을 예방하는 조직문화 역시 안전의 중요한 요소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모든 위험 도구는 작업 도구일 뿐 감정의 표현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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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흰 위생복을 입는다. 그것은 단순한 작업복이 아니라 신뢰의 제복이다. 고객은 그 흰옷을 보며 깨끗한 음식과 안전한 식사를 기대한다. 그 흰옷에는 조리기술만 아니라 절제와 배려, 책임이라는 가치도 함께 담겨 있어야 한다. 좋은 식당은 맛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를 존중하는 주방에서 만들어진 음식이야말로 손님에게도 따뜻함을 전한다. 칼은 요리를 위해 존재해야 하고, 손은 사람을 살피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질 때, 비로소 주방은 생명을 키우는 공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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